현직 판사들 "범죄의 심각성 반영 못 했다"
특히 판사들은 "지금까지 유사범죄에 대한 법원의 처벌은 그 심각성을 반영하지 못했고, 재범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며 법원에 대한 비판도 주저하지 않았다. 성명에 동참한 한 현직 판사는 최근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아동 성범죄 설문조사를 언급하며 "문제제기가 없을 경우 (법원의 양형기준이) 개선되지 않을 것이 우려됐다"는 참여 이유를 밝혔다.
문제의 대법원 양형위원회 설문조사
문제는 설문조사의 형량 보기가 2년 6개~9년 이상으로 아동음란물 제작 범죄의 법정형(5년 이상~무기징역)보다 낮았다는 것. 양형위원회는 아동 음란물을 영리 목적으로 판매한 사례의 경우도 최소형을 4월 이하, 최고형을 3년 이상으로 제시했다. 이 역시 법정형은 10년 이하로 설문조사 보기와 상당한 차이가 난다.
25일 성명에 참여한 판사들은 해당 설문조사에 대해 ▶보기로 제시된 양형이 지나치게 낮고▶디지털 성범죄의 특성상 제작·판매·배포·소지의 죄질 차이가 크지 않음에도 이런 점이 반영되지 않았으며 ▶특별감경인자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양형위원회는 설문조사에서 형량 감경인자로 '피해자의 처벌 불원''의사능력 있는 피해 아동·청소년의 승낙' 등을 제시했다. 성명을 낸 판사들은 "(아동) 성착취에 있어 승낙이나 계약이 가능하다고 보는 것은 노예제에서나 용인될 법한 시각"이라 비판했다.
법원의 아동 성범죄 솜방망이 처벌
피고인의 범죄 전력이 없거나, 범행을 시인하는 경우는 모두 감형사유가 됐다. 그렇게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받은 경우는 각각 39%로 총 78%에 달했다. 성범죄 사건을 전담했던 한 현직 부장판사는 "아동 성범죄 재판에 있어 판사들의 인식이 국민의 법감정보다 다소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며 "양형기준에 대한 재검토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 말했다.
성명을 낸 판사들도 "양형위원회가 아동 성범죄 양형기준 마련을 위한 설문 조사를 다시 하고 법관뿐 아니라 국민과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는 공청회 절차를 거쳐달라"고 요구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내달 회의를 열고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양형기준과 설문조사 재실시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