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보다 선별적 유예에 무게
이는 문 대통령이 지난 24일 2차 비상경제회의에서 공과금 유예·면제를 주문한 데 따른 조치다. 문 대통령은 “개인에게는 생계 지원이면서 기업에는 비용 절감으로 고용 유지를 돕고자 하는 것”이라며 “어려운 기업들과 국민께 힘이 될 수 있도록 4월부터 바로 시행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주문했다. 코로나19로 고통받는 경제 주체의 부담을 조금이나마 줄여주자는 취지다.
다만 대구·경북 지역과 같은 방식의 전기요금 감면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전력 판매 수입이 급감하면 발전 회사에 대한 결제가 어려워지는 등 기존 적자에 한전의 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중·소상공인 등 혜택이 절실한 코로나19 피해 계층을 선별중이다. 한 전력업계 관계자는 “납기를 뒤로 미루는 유예에 비중을 두고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추경에는 특별재난지역 내 소상공인에 대한 전기요금 지원액 730억원이 담겨 있다. 해당 지역의 요금 감면은 4월 청구분부터 9월까지 6개월간 이뤄진다.
누적된 한적 적자에 추가 예산도 부담
만약 추가 인하 등의 조치를 하려면 예산 투입이 불가피하다. 일각에서는 매달 전기요금에서 3.7%씩 떼는 전력산업기반기금(4조4714억원) 투입도 거론됐지만, 정부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공언했다. 해당 기금을 사용하려면 전기사업법을 개정해야 해 당장 4월 시행이 어렵다.
전기요금체계 개편 '답보'…한전 3년 연속 적자 위기
그러나 코로나19로 전기요금 인상이 난항을 겪으며 한전이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미 경기 부진 여파로 산업용 전력 판매량은 지난해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전년 동월 기준 10개월 연속 감소했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코로나발 경제위기가 현실화하는 상황에서 정부 조치가 가계ㆍ산업의 부담을 줄여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코로나19 이전에도 누적됐던 한전의 적자가 확대하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원전 등 상대적으로 저렴한 전원(電原) 비중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며 "신ㆍ재생에너지 전환의 속도를 다소 늦추는 등 지난 에너지 정책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종=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