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로 학년 초는 고3 수험생의 집중도가 가장 높을 때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초유의 4월 개학으로 여태 등교를 못 하고 있다. 반면 재수생은 학원 등에서 학업에 열중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개학 후에도 고3의 상황이 크게 나아지지 않을 수도 있다.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는 상황에서 학교 분위기가 어수선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25일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예정대로 4월 6일에 개학을 해도 학생들은 한동안 불안한 마음으로 학교를 다녀야 한다. 학교가 정상화될 때까지 고3 학생들의 학업 집중도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개학 연기로 학사일정이 빡빡해지면서 고3 수험생들의 학습 부담은 커졌다. 수업일수·시수가 줄었지만, 수업 진도는 그대로라 짧은 시간에 학습해야 할 양이 늘었다. 또 3월 모의평가가 4월로 미뤄지면서 모의평가와 중간고사를 동시에 준비해야 하고, 수시모집에서 스펙으로 활용되는 교과 외 활동을 할 시간도 부족하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보통 수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3학년 1학기에 부족한 활동을 마무리하는 데 올해는 그럴 시간이 부족해졌다”며 “수시를 준비하는 학생들도 지금 난감한 상황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개학 연기로 중간고사 일정이 밀리면서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를 마감해야 할 시간이 부족해졌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대입 수시에서 졸업생의 지원율은 보통 20% 내외고, 합격률은 그에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재학생의 학생부가 부실해질 경우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방학이 줄어든 것도 재학생이 불리한 이유다. 고3은 보통 여름방학 때 자기소개서를 완성하거나 대학별 고사에 대비한다. 학원에서 탐구과목 등 단기 완성을 들으면서 수능에서 부족한 부분을 준비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올해는 방학이 2주로 짧아서 이를 준비하거나 사교육을 받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고교 교사들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평상시라면 3월 모의평가 성적을 두고 진로상담을 할 시기지만, 개학 연기로 진학지도가 어려워졌다.
서울의 한 고교 교사는 “1~2학년 내신 성적과 모의평가 성적을 토대로 정시와 수시 중 어떤 방향으로 준비할지 전략 세워야 하는데, 개학과 모의평가 일정이 미뤄지면서 그게 불가능해졌다”며 “고3 학생들 사이에서는 벌써 ‘올해는 재수각’(재수할 느낌)이라는 자조 섞인 농담이 나온다”고 전했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