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썼던 정책을 망라해 ‘금융지원 4종 세트’를 내놨다. 채권시장안정펀드는 20조원, 증권시장안정펀드는 10조7000억원을 조성한다. 산업은행은 기업의 회사채 발행 지원에 4조1000억원을 투입한다. CP 등 단기 자금시장 안정에도 7조원을 집어넣는다.
42조 역대급 지원책, 시장은 화색
코스피 127.51P 폭등 21년만에 최대
외국인 ‘사자’에 삼성전자 10% 급등
회사채 매입, 대기업도 자금 숨통
“적기·적소에 신속 전달하는 게 중요”
채권안정펀드는 시장에서 소화가 어려운 신용등급의 회사채와 CP를 사주는 역할을 한다. 은 위원장은 “다음달 초 본격적으로 회사채 등 매입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눈길을 끄는 건 지원 대상에 대기업이 포함됐다는 점이다. 중소·중견기업은 물론 일부 대기업도 돈을 구하기 어려워졌다는 지적이 반영된 조치다. 실제로 대한·아시아나항공과 두산중공업 등이 코로나19 사태에 직격탄을 맞았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24일까지 회사채 발행액은 3조986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조7082억원)보다 30% 넘게 줄었다.
증권안정펀드는 1차로 3조원을 마련해 주가지수 관련 상품에 투자할 계획이다. 코스피200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와 인덱스펀드가 주요 투자 대상이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외형보다는 적기·적소에 자금이 흐르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숨이 넘어가기 직전인 소상공인·기업에 당장 ‘산소 호흡기’를 대주지 않으면 100조원의 지원책도 소용이 없다는 얘기다.
금융위는 정책 금융기관의 올해 경영실적을 평가할 때 수익성 항목을 제외하고 민간 금융회사에 대해선 ‘면책 등 제공’을 내세웠다. 그러나 정작 돈이 마른 소상공인과 기업이 시급하게 요구하는 절차 간소화에 대한 해법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
24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대구북부센터에는 소상공인들이 새벽부터 지원 대상 확인서를 받기 위해 긴 줄을 섰다. 오전 9시쯤 상담 번호표가 끝을 보이자 대기자의 항의가 쏟아지기도 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달 13일~이달 10일 코로나19 정책자금 집행률은 신청 대비 9.2%에 그쳤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주까지 코로나 관련 대출을 접수했지만 보증 심사를 위해 대기 중인 신청분은 21만 건이다. 은 위원장은 “21만 건이 동시에 들어오다 보니 너무나 많은 사연이 있다”며 “상황반을 만들어 현장 밀착형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21만 건을 한 번에 다 해결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한애란·하남현·황의영 기자 aeyan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