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조주빈, 1년뒤 다시 봉사활동 나와 "도청장치 만들자"

중앙일보

입력 2020.03.24 17:07

수정 2020.03.24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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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주빈이 봉사활동 단체에서 활동하던 시절 찍은 사진 [뉴스1]

“주변 사람과의 대화에 집중하지 못하고 휴대전화를 자주 봤어요. 그때 스쳐 지나가면서 본 휴대전화 화면들은 지금 생각하면 ‘n번방’ 사건과 관련이 있는 것 같아요.”
 
텔레그램 n번방 성 착취 사건의 핵심 피의자 조주빈(25·별명 박사)이 활동했던 한 자원봉사 단체(인천 계양구 소재) 대표 A씨의 회상이다. 그는 24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A씨에 따르면 조주빈은 군 제대 직후인 2017년 10월부터 이 단체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봉사활동 시기는 크게 둘로 나뉜다. 2017년 10월부터 2018년 3월까지는 “순수하게 활동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리곤 아무 연락 없이 사라졌다가 1년 후인 지난해 3월 다시 왔을 때는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휴대전화를 자주 들여다보고 동료에게 “도청장치를 만들자” 등의 이야기를 해, A씨가 이상하게 여겼다고 한다.
 
조주빈은 그 사이에 키 늘리는 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추정하는 범행 시작 시기(2018년 12월)도 수술을 받고 봉사활동을 하지 않은 때다.   


“외모·학벌 콤플렉스 심해”  

조주빈의 신상정보가 공개되면서 그에 대한 주변 사람의 증언이 잇따른다. 2016년 강원 양구군의 육군 보병부대에서 조주빈과 군 생활을 함께했다는 B(24)씨는 “그는 외모와 학벌에 대한 컴플렉스가 심한 것 같았다”고 밝혔다. 
 
조주빈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책을 많이 읽었다고 한다.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와 『위대한 개츠비』의 저자인 스콧 피츠제럴드의 책을 좋아했다. 또한 주변에 대학 학보사에서 기자로 활동했던 이야기를 많이 했다. 아울러 ‘싸지방(사이버 지식 정보방) 죽돌이’로 불릴 만큼 컴퓨터를 자주 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조주빈이 대학 학보사 기자로 활동하던 시절 쓴 기사 [연합뉴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따뜻한 시선도 있었다” 

B씨가 긍정적으로 본 부분도 있다. 조주빈은 개혁적 성향으로 사회적 부조리에 맞서려는 의지를 보였다고 B씨는 전했다. 세간에는 조주빈이 극우 성향 커뮤니티 ‘일베’ 추종자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군대 내에서만큼은 일베를 혐오했다고 전해진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을 인터뷰한 경험 등도 내세웠다. 적어도 겉으로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고 한다. 

조주빈의 고등학교 졸업사진 [뉴스1]

 

조주빈, 흰긴수염고래 게임 모방했나

B씨는 조주빈의 범행 수법에 대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전 세계에서 유행한 ‘흰긴수염고래 게임(자살 게임)’과 유사한 것으로 평가했다. 자살 게임은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온라인을 통해 50일 동안 매일 하나씩 과제를 부여해 수행하고 ‘인증샷’을 보내도록 한다. 특정 음악·영화를 보게 하거나 자신의 피부에 고래 모양을 새기게 하기도 한다. 마지막 과제는 자살이다. 한번 발을 들여 놓으면 빠져나가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가족의 신변을 위협하는 등의 압박을 통해 계속 미션을 수행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자살 게임으로 러시아에서만 130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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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은 어땠을까. 조주빈의 고등학교 담임교사 C씨는 중앙일보에 “어제 제자들로부터 연락을 받고 큰 충격을 받았다”며 “잠을 제대로 못 잤다”고 말했다. C씨에 따르면 당시 조주빈은 30명가량인 남학생 문과반에 속해 있었다. 선생님이나 친구들과 두루두루 원만하게 지냈다. 성적은 1~2학년 때는 좋았으나 3학년 때 떨어졌다. C씨는 “졸업 후 조주빈과 연락하는 반 친구들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조주빈은 어머니와는 떨어져 아버지·누나와 함께 살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심리적 부적응 상태...욕구를 온라인에서 충족하려한 듯"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조주빈은 각종 열등감과 불우한 가정 환경에 의해 심리적 부적응자가 된 것으로 보인다”며 “내면의 욕구를 현실에서 해소하지 못하고 온라인 범죄로 충족했던 것 같다”고 진단했다. 공 교수는 “이런 심리적 부적응자들은 외형적으로는 봉사활동을 하는 등 정상적으로 생활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덧붙였다. 
 
김민중·심석용·남수현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