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가 23~24일 이틀간 고양정 일대의 상인과 주민을 만나 바닥 민심을 들었다. 1기 신도시 지역인 대화동·주엽1·2동 및 일산1·3동과 구시가·아파트단지가 결합한 탄현동, 도농복합지역인 송산·송포동 등 총 8개 동, 3개 권역으로 구성된 고양정은 부동산·교통·교육 등 이슈가 켜켜이 맞물려있다. 수성과 교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교차하고 있었고, “아직 민주당도, 통합당도 분명히 선택하지 못했다”는 이들도 적잖았다.
지난 총선에선 김현미 장관이 49.15%를 얻어 김영선 새누리당 후보(36.68%)를 눌렀다. 하지만 19대 총선에선 김 장관이 4%p 차이로 이기는 등 표심의 진폭이 컸던 곳이다. 이 지역에선 금융 전문가인 민주당 이용우(56) 후보와 부동산 전문가인 통합당 김현아(51) 후보가 뛰고 있다.
‘기업유치’ 이용우 vs ‘김현미 저격’ 김현아
김현아 후보는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을 지낸 부동산 전문가로 지난 2016년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뒤 원내대변인·원내부대표를 맡으며 이름을 알렸다. 지난해 7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일산지역 부동산 문제를 두고 김 장관과 공방을 펼치기도 했다. 김 후보는 지난해 11월 고양정에 국회의원 사무실을 내며 일찌감치 지역활동을 해왔다. 바이오단지 조성, 탄현동 공공택지 백지화 등이 주요 공약이다. 그는 "일산을 베드타운으로 전락시킨 점에 김 장관에게 분노한 주민이 많다"며 "3기 신도시 계획을 멈추고 일자리유치·광역교통망 개선에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심 이슈는 집값과 교통망
특히, 지난해 5월 3만8000여 세대 규모의 창릉신도시 계획을 발표하자 고양정 분위기는 더 험악해졌다는 평가가 많다. 공급이 늘어나 집값이 더 내려가게 될 거란 우려 때문이다. 32만명이 가입한 일산 거주 여성 온라인 커뮤니티 ‘일산 아지매’에는 창릉신도시 발표 이후 “일산 주민을 어찌 보느냐” “김 장관이 출마하면 득표율이 바닥에 붙게 하겠다”는 글이 줄줄이 올라왔다. 탄현동에 20년째 거주하는 배영재(68)씨는 “주민들이 김 장관에 대한 반발로 ‘현미밥 안 먹는다'고 할 정도"라고 전했다. 이용우 후보에 대해서도 대화동 주민 이모(60)씨는 "민주당 그분은 누군지도, 일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도 도통 모르겠다"고 했다.
그렇다고 여론이 여당에 마냥 싸늘하기만 한 건 아니다. 일산과 강남을 잇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와 경기 남부와 일산을 잇는 서해선 등 광역교통망이 완공되는 2020년대 중반부터 여건이 좋아질 거란 기대감 때문이다. 탄현동 주민 김명자(66)씨는 “실망감 있는 건 사실이지만, 민주당 탓만 하긴 어렵다”고 했다. 김현아 후보가 낸 탄현동 ‘공공택지 백지화’ 주장에 대해서 대화동 주민 배 모(59)씨는 “믿을만한 공약을 내놔야 할 텐데 선거용 공약인 것 같다”고 말했다.
지옥 출퇴근족ㆍ일산 아지매 잡아라
교육·안전·생활밀착형 사안에 대한 여론을 주도하는 30~50대 여성들의 표심도 관건이다. 이 지역 여성들의 표심은 '실생활 도움' 여부와 맞물려 있었다. 송산동 주민 정 모(55)씨는 "국회의원을 바꿔서 생활비가 월 10만원이라도 절감되면 반드시 지지할 것"이라고 했고, 일산3동 거주자 김혜정(38)씨는 "공약부터 살펴볼 예정이지만 '그 나물에 그 밥'이라면 누굴 뽑아야 할지 아직은 모르겠다"고 했다.
탄현·송산동 표심 어디로
고양정에서 두 번째로 유권자가 많은 송산동(3만5847명·2018년 지방선거) 표심도 관건이다. 4800여 세대 규모 일산하이파크시티 아파트 거주민들의 민심이 핵심으로 꼽힌다. 이 지역은 파주운정신도시와 맞붙어 있어서 창릉신도시에 대해 반발이 특히 크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일산하이파크시티의 인구수로만 해도 1만명 이상이어서 이곳 표심을 잘 살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양=김효성·정희윤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