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프로배구 우리카드 신영철(56) 감독은 생각보다 목소리가 밝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2019~20시즌 V리그가 23일 결국 조기 종료됐고, 우리카드는 '정규리그 1위'로 마무리하게 됐다. 챔피언결정전에서 승리해서 '우승'이란 타이틀을 얻을 수 있는데, 포스트시즌을 치르지 못하게 되면서 우리카드는 '우승 팀'이 되지 못했고, 우승을 상징하는 '별'도 달지 못하게 됐다.
우리카드는 창단 이래 만년 하위권이었다. 2009~10시즌 창단한 우리카드의 전신 드림식스는 네 시즌 동안 5-6-5-4위에 머물렀다. 봄 배구와는 거리가 멀었다. 2013년 우리카드가 팀을 인수한 이후, 다섯 시즌 동안 두 번의 최하위를 했고 포스트시즌에는 가지 못했다.
2018~19시즌을 앞두고 신 감독이 부임해 팀을 재정비했다. 그 결과 정규시즌 3위로 창단 후 처음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당시 봄 배구가 가능했던 데는 외국인 선수 아가메즈(콜롬비아)의 활약이 컸다. 그러나 신 감독은 올해는 외국인 선수에게 의존하던 팀 컬러를 지우고 조직력 강화에 집중했고, 팀을 1위 자리에 올려놨다.
신 감독의 별명은 '봄 배구 전도사'다. 감독으로 11시즌을 보냈고, 8차례나 ‘봄 배구’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한 적은 한 번도 없다. 그래서 '봄 배구는 해도 우승은 못 한다'는 꼬리표가 붙었다. 이 꼬리표를 떼기 위해 신 감독은 우리카드를 맡으면서 "정규리그 1위로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해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겠다"가 다짐했다.
그런데 예상치도 못한 코로나19로 인해 제대로 챔피언결정전을 치러보지도 못하고 허탈하게 시즌을 마감했다. 신 감독은 "선수와 감독 생활을 하면서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다시 또 이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으니, 앞으로 이런 변수까지 다 계산하고 준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 감독은 허탈한 시즌 마감에도 크게 낙담한 모습이 아니었다. 신 감독은 "이렇게 시즌이 끝나서 우승 인정을 받지 못한다고 해도 계속 기분이 가라앉아 있으면 안 된다"며 "얼른 다시 시작해야 한다.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 일정도 변경될 수 있는 것도 고려해서 다음 시즌 구상을 벌써 하고 있다"고 전했다. 우승 문턱에서 여러 차례 좌절해서 그런지 이번 시즌의 허탈한 마무리는 신 감독에게는 큰 문제가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오히려 우승으로 가는 강한 원동력이 된 것 같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