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코스피 1500선이 무너졌다. 장중 한때 낙폭은 10%에 육박했다. 1600선이 무너진 지 불과 하루 만의 일이다. 이날 주가지수가 가파르게 하락하며 코스피·코스닥 시장 모두에서 서킷 브레이커(주식 매매 일시 중단)가 발동됐다. 서킷 브레이커 발동은 이제 흔한 일이 됐다.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증시에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지수가 급락하며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최근 열흘 사이 벌써 네 번째다.
이날 아시아 주식시장에서도 한국(-8.39%)과 대만(-5.83%) 증시의 낙폭이 특히 컸다. 코로나19 방역과 진단ㆍ치료에서 모범적이란 찬사가 두 나라에 쏟아지고 있지만 금융시장에선 통하지 않는 얘기다. 외국인 투자자의 ‘팔자’ 행렬이 이들 국가에 집중되는 이유는 단순하다. 아시아 증시 중에서도 현금화가 쉽고 중화권같이 자금 유출에 통제를 받는 나라가 아니라서다.
19일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연 1.2%선을 넘어섰다(국채가치 하락).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제로(0)’ 선언과 맞물려 0.5%선까지 내려갔던 미 국채 금리가 빠르게 역주행하기 시작했다.
금 가격에서도 이상 신호가 잡혔다. 국제 금 시세는 온스당 1400달러대로 떨어졌다. 코로나19 유행 초기 금융시장이 흔들렸을 때 몸값이 상승했던 금의 처지도 달라졌다. 지난 9일 1680.47달러까지 치솟았던 금 가격은 19일 장중 1465.16달러로 내려앉았다. 2주 사이 12.8% 값이 내렸다.
증시 폭락 속에 투자자들이 금과 미국 국채까지 투매하는 상황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때도 볼 수 없었던 일이다. 코로나19가 시장에 안긴 충격의 강도가 유례없이 높다는 얘기다.
몸값이 오르고 있는 건 단 하나다. 미국 달러화, 바로 현금이다. 달러 자체의 투자 가치가 높아져서가 아니다. 자산의 종류를 가리지 않고 무조건 팔고 보자는 행렬이 이어지다 보니 이례적인 달러 품귀 현상이 나타났다. 미국 달러 인덱스는 지난 18일 100선을 넘어선 이후 빠르게 상승 중이다. 19일 장중 101.437을 찍었다.
미국 재무부가 1조2000억 달러(약 1500조원) 현금을 직접 국민에게 지급하고, 유럽중앙은행(ECB)이 7500억 유로(약 1050조원)어치 기업어음(CP)을 직접 사들인다고 잇따라 발표했지만 시장 반응은 싸늘했다. 물량에서나 내용 면에서나 유례를 찾기 힘든 경기 부양책이 각국 정부, 중앙은행에서 쏟아져도 세계 시장에 먹히지 않았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미국 달러 인덱스(US Dollar Index)=유럽 유로, 일본 엔, 영국 파운드, 캐나다 달러, 스웨덴 크로네, 스위스 프랑 등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지수. 각 지역의 경제 규모에 따라 가중치를 둬서 수치를 낸다. 1973년 3월 달러화 가치를 100으로 기준 삼은 다음 등락을 보여준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에서 산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