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이날 중앙일보 정치언박싱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미래통합당과 그 위성 정당인 미래한국당은 서로 욕심을 채우려다 내분이 일어났고, 더불어민주당은 그렇게 비례 정당을 비난하더니 자기들이 그대로 따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치언박싱]
그는 통합당과의 총선 연대 가능성에 대해 “어떤 협상도 주고받은 일이 없다. 우리의 길을 가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방역도 경제도 희망보다 진실을 말하고 대비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대구 의료봉사 때 겁은 안 났나.
- 감염과 사망의 위험이 높은 전쟁터였다. 사실 방호복을 입고 벗을 때 감염이 될까 아주 긴장했다. 특히 첫날 방호복을 입고 병원 1층 로비에 들어섰을 때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 공상과학 영화에 나오는 지구 종말의 날이 생각났다.
- 의료 봉사하는 ‘의사 안철수’가 낯설다.
- (웃으며) 내가 벤처 기업가, 교수, 정치인 등을 했는데 가장 오래 한 일이 의사다. 10대 후반 의대에 들어가 만 33살까지 일했다. 제 정체성이 의사다. 그리고 아내와 내가 처음 만난 게 의료봉사 현장이었다. 어색할 게 없다.
- 정부 대응을 평가해 달라.
- 실로 많은 국민이 목숨을 잃었다. 지금은 문제 해결이 중요하다. 정부에 대한 평가는 나중이다.
- 대구 봉사를 전후해 지지율이 오름세다.
- 그런 걸 기대하고 간 건 아니다. 다만 시민에게 격려받으면서 ‘지금까지 내가 많은 이미지 조작을 당했구나, 허위 사실에 의해 낙인을 찍혔구나’ 하는 걸 깨달았다.
인터뷰는 뿔뿔이 흩어진 안철수계 인사, 27일 앞으로 다가온 총선 등으로 이어졌다. 김삼화ㆍ김수민ㆍ김중로ㆍ신용현ㆍ이동섭ㆍ이태규 의원 등 안철수계 비례대표 의원 6명은 지난달 18일 바른미래당을 탈당했다. 이들 중 이태규 의원만 안 대표가 있는 국민의당으로 왔다.
- 안철수계 대부분이 통합당으로 갔는데.
- 그분들에게 ‘저는 제가 가는 길이 옳은 길이라고 믿는다’고 말씀드렸다. 다만 다들 현실 정치인이기에 어떤 결정을 하든 존중하겠다고 했다. 뜻을 펼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 지역구 후보 없이 비례대표 후보만으로 총선을 치르는데.
- 귀국할 때 문재인 정부의 폭주를 견제해야겠다는 게 첫 번째 목표였다. 두 번째가 실용적 중도정치를 자리 잡게 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를 이룰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을 고민하다 내린 결론이다.
- 앞으로 선거 전략은
- 지금 자가 격리 중이다. 선거운동에도 제약이 크다. 오히려 남들이 안 해본 시도들을 해볼까 한다. 다른 정당에서 베낄 수 있어 당장 공개하긴 어렵다. (자가 격리 기간 중 매주 두 차례 유튜브 방송을 할 계획이다.)
인터뷰는 여야의 비례 위성정당에 대한 이슈로 이어졌다. 앞서 미래한국당 한선교 대표는 지난 11일 안 대표에게 통합을 제안했다.
- 여야의 비례 위성정당을 어떻게 보나.
- 지금 보면 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은 내분으로 서로 자기 욕심만 챙기는 모습이다. 민주당도 위성정당을 추진 중인데 그동안 얼마나 이를 비난했나. 심지어 통합당이 위성 정당을 만들었다고 고발까지 했다. 그런데 그걸 그대로 따라 하나.
- 한선교 대표를 만날 의향이 있나.
- 답할 필요가 없다. 찾아오셔도 못 만난다. 나는 자가격리 상태다. 만날 이유를 못 찾겠다.
- 통합당과의 선거연대는 가능한가.
- 연대라는 게 서로 주고받는 것 아닌가. 협상을 하지도 않았고, 주고받은 것도 없다. 제가 지역구 공천을 포기한 것은 문재인 정부를 견제하고자 하는 자기 희생적인 결단이다.
- 반문(反文) 연대는 어떤가.
- 난 누구를 반대하기 위해 정치하는 게 아니다. 우리 편은 항상 맞고, 옳고 상대편은 무조건 틀리다는 진영 정치에서 벗어나 중도 실용정치를 펼치고자 한다.
- 진영논리가 강한 대한민국에서 중도정치가 생존할까.
- 지금 거대 양당을 보면 정치를 하는 목적이 선거에서 이겨 세금으로 자기편 먹여 살리는 것이다. 할 줄 아는 거라고는 오로지 이미지 조작 기술밖에는 없다. 이런 정치 현실을 볼수록 중도 실용만이 유일하게 우리나라를 살릴 수 있는 길이라는 신념이 강해진다.
- 총선 목표는
- 비례대표 정당 지지율 20%(10~15석)다. 여야의 균형추 역할을 하는 게 목표다.
- 대선 주자로서 성공하려면 거대 정당이 필요하지 않나.
- 대선까지 신경 쓸 마음의 여유가 없다. 제 머릿속에는 온통 총선 생각뿐이다.
- 경제가 심각한데.
- 방역에서 제일 큰 원칙이 희망보다 진실을 이야기하는 거다. 경제도 마찬가지다. 진실을 이야기하고 대비해야 한다.
- 과거 민주당을 이끌기도 했다. 지금 민주당은 어떤가.
- 전체주의 정당 같다. 진보하기 위해서는 생각이 다른 사람들끼리 서로 교류하면서 새롭게 변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민주당은 진보정당이 아니다. 수구 정당이다.
- 문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경제 위기를 시작으로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큰 위기가 올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 편, 상대편을 가리지 말고 인재를 폭넓게 썼으면 한다. 문제를 푸는 건 결국 사람이다.
현일훈ㆍ윤정민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영상·그래픽=강대석·이경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