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을 통해 들은 외국도 다를 바 없었다. 미국 보스턴의 한국 유학생들 상당수는 기숙사에서 짐을 빼고, 아예 한국으로 돌아온 경우도 많다고 한다. 온라인 강의라 노트북 하나 있으면 미국이든 한국이든 다를 바 없는데, 굳이 비싼 생활비를 들여가며, 그것도 최근 급격한 코로나 확산세를 보이는 타국에 있을 이유가 없다는 거다.
16일부터 대학 원격 수업 전격 도입
KAIST는 9년 전부터 부분 운영 중
미네르바스쿨, 이미 교실없는 대학
본지 취재진도 노트북이 아닌 스마트폰에 줌 애플리케이션을 깔아 시범 수업에 참여해봤다. 8명이 각각의 공간에서 시스템에 접속해, 권 교수의 강의를 들었는데 아무런 무리가 없었다.
‘미래대학’이 이미 열린 곳도 적지 않다. 수년 전부터 세계 대학가를 긴장하게 하고 있는 미네르바스쿨이 그 주인공이다. 이 대학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교를 두고 있지만, 그건 행정동일 뿐 강의실도 제대로 된 캠퍼스도 없다. 학생들은 세계 7개국 주요 도시를 3~6개월마다 돌아가며 생활한다. 기숙사는 현지 호텔이다. 어디서든 온라인 강의를 듣고, 그 나라의 주요 산업 인프라들을 직접 경험한다. 미네르바대 입학 경쟁률은 100대1이 넘어, 미국 아이비리그 명문대학을 무색하게 한다.
당장 국내에 있는 수많은 사이버대학들이 이런 변화에 어떻게 나설지 기대가 된다. 요즘 대학생들 사이에 짧게 부르는 CM송 하나가 있다. “사이버대학에 다니면서 내 인생이 달라졌다~” 지옥 같은 수험생활을 끝내고 꿈에 그리던 대학 캠퍼스의 삶을 기대하던 신입생들이 자조처럼 부르는 노래란다.
온라인 강의 전면 도입에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준비가 덜 된 대학들은 말할 것도 없다. 학생들은 그나마도 버벅대는 시스템에 “등록금을 깎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갑작스런 ‘미래의 충격’에 익숙하지 않은 노(老)교수님들은 곤혹스럽다.
사실 이 정도까진 새로운 기술에 대한 마찰현상일 뿐이다. 더 큰 문제도 도사리고 있다. 방안에 앉아서 온라인으로 접속하는데, 굳이 자기 학교 교수님의 강의를 들을 필요가 없다. 많은 대학에서 교수는 조교 수준으로 전락하고, 전국구급 스타 교수의 동영상 강의가 과점(寡占)하는 시대가 멀지 않다. 이미 입시학원에는 이른바 ‘일타강사’의 인강이 대세다. 교육계의 양극화 현상이다. 영어가 통한다면, 그나마 있던 국가 단위도 무의미해진다. 하버드·스탠퍼드대 명교수의 온라인 강의를 듣고, 한국 교수가 토론을 진행하는 수준을 충분히 상상해볼 수 있다.
급변하는 세상 속에는 새로운 강자도 급부상하는 법이다. 원격회의 시스템과 클라우드업체가 그들이다. 클라우드야 빅데이터 시대로 접어들면서 진작에 뜬 분야이지만, 온라인 화상회의시스템은 그간 고전을 면치 못했다. 기껏 시스템을 설치하고도 사람들은 면대면으로 만나 회의하고, 강의하길 원했다. 기술은 있어도 사회적 수용성이 이를 받쳐주지 못했던 셈이었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이 상황을 순식간에 바꿔버렸다.
이제는 싫든 좋든 이들 서비스가 절대적이다. 미국 화상회의 시스템업체 줌비디오커뮤니케이션이 대표적이다. 미국뿐 아니라 서울대와 KAIST 등 국내 주요 대학이 줌 시스템으로 실시간 화상강의를 하고 있다. 덕분에 나스닥 시장은 올 들어 지난 16일까지 24% 급락했지만, 이곳에 상장된 줌은 같은 기간 60% 이상 급등했다.
최준호 과학&미래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