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농민이 재배한 채소가 소비자의 식탁에 오르기까지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 우선 농민은 도매상에게 채소를 넘긴다. 이 채소는 농산물도매시장에서 경매에 부쳐진다. 여기서 채소를 사들인 소매상이나 유통업체가 매장에 채소를 진열한다. 그러면 소비자가 매장을 찾아 채소를 고른다. 이렇게 농산물이 유통 단계를 거칠 때마다 수수료가 붙는다. 소비자의 손에 들어갈 때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면 채소의 신선도가 떨어질 수도 있다.
롯데마트, 반경 50㎞ 농가 직거래
140종 채소 값싸고 당일 팔아 신선
매출 6년새 3억→100억 급성장
채소 생산자 입장에서 직거래는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농산물의 공급은 태풍이나 이상기온 같은 날씨의 변화에 민감하다. 농산물 생산량이 갑자기 줄거나 늘면 가격이 크게 오르거나 내릴 수 있다. 계절별 채소 소비량 등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대형마트는 상대적으로 수요 예측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 생산자 입장에선 수요를 예측하고 적합한 재배 면적을 확보해 계획적으로 영농할 수 있다는 뜻이다. 용인에서 청경채를 생산하는 김영배씨는 “도매시장에 납품할 때는 매일 가격 변동이 심했다. 2015년 대형마트 납품을 계기로 계획적으로 재배에 집중할 수 있다”고 전했다.
2014년 채소 직거래를 시작한 롯데마트는 현재 115개 점포에서 하고 있다. 올해 말까지 전국 124개 점포로 확대한다. 직거래 품목과 물량도 늘릴 계획이다. 2014년 3억원이었던 채소 직거래 연 매출은 지난해 100억원으로 증가했다.
현재 롯데마트가 직거래하는 채소는 잎채소·열매채소·뿌리채소 등 140여 종이다. 매장별 직거래 채소 종류는 차이가 있다. 점포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재배하는 채소만 직거래 대상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충남 예산에선 쪽파를, 충남 금산에선 추부깻잎을 직거래하는 식이다. 전북 군산에선 신품종을 보급하기 위해 꼬마 양배추를 직거래하기도 한다.
문영표 롯데마트 대표(부사장)는 “지역의 우수 농민이 생산한 신선식품을 지속해서 발굴할 것”이라며 “신선식품 분야에서 다른 대형마트와 차별적인 지위를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