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에 눈에 띄는 20대 투수가 드물었다. 류현진(33·토론토 블루제이스), 김광현(32·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양현종(32·KIA 타이거즈)은 고교 졸업 후 프로에 직행했다. 이들은 20대 초반부터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투수였다. 그런데 이들의 뒤를 잇는 20대 초중반 어린 선수가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고교야구를 호령했던 선수들도 프로에 와서는 부상·부진으로 고전했다. 그러다 보니 한두 시즌 반짝하다 말았다. 선동열 전 대표팀 감독은 “리그에서도 괜찮은 투수가 나오는데, 젊은 대형 투수는 안 보인다”며 안타까워했다.
전성시대 예고하는 96·97년생
이영하·최원태·구창모·배제성 등
지난해 모두 두 자릿수 승수 달성
김광현 등 떠난 마운드에 새 활력
이영하는 작년과 같은 18승이 올해 목표다. 그는 “지난해 농담으로 ‘18승이 목표’라고 했는데, 17승을 거뒀다. 올해도 같다. 제구를 더 노력하겠다. 또 경기 후반, 힘이 떨어졌을 때 잘 풀어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영하는 일본 미야자키 스프링캠프 자체 청백전에서 시속 151㎞를 던졌다. 컷패스트볼(커터), 포크볼, 커브 등 변화구도 점검했다. 주 무기인 커터가 더욱 예리해졌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커터의 각도가 더 커져서 기대된다”고 말했다.
최원태는 또래보다 앞서갔다. 2017년 11승을 올리고,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에 뽑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러나 항상 시즌 후반만 되면 팔꿈치 통증으로 시즌을 일찍 마감하는 패턴을 반복했다. 키움 구단은 지난해 시즌 초반, 주 2회 등판을 피하는 등 몸 관리에 집중했다. 결국 27경기에 나오며 시즌을 완주했다. 아쉽게도 포스트시즌에서는 불안했다.
구창모는 구단에서 NC를 이끌 차세대 좌완 투수로 점찍고 애지중지 키웠다. 지난해 NC 좌완 투수로는 처음 10승을 올렸다. 잦은 부상으로 규정 이닝을 채우지는 못했다. 지난 시즌 23경기에 나와 107이닝을 던졌다. 그는 스프링캠프에서 옆구리 통증을 느꼈고, 개막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개막 후 한 달쯤 지나 2군에 합류했다. 5월에 1군으로 올라왔다. 손가락 물집, 허리 통증 등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가끔 건너뛰었다. 시즌 막판에는 허리 피로 골절로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나가지 못했고, 프리미어12 대표팀에서도 빠졌다.
구창모의 올해 목표는 부상 없이 한 시즌을 소화하는 것이다. 그는 “개막전부터 마지막 경기까지 팀과 함께하는 게 목표다. 선발투수로서 규정 이닝도 채우고 싶다”고 말했다. 우선 선발 자리를 꿰차야 한다. 이동욱 NC 감독은 “구창모, 이재학, 김영규, 최성영, 신민혁을 5선발 후보로 놓고 살펴보고 있다”고 전했다.
배제성은 지난해 선발 자원은 아니었다. 선발투수들이 부상으로 1군에서 말소되자 불펜에 있던 그가 선발을 꿰찼다. 임시 선발이었지만 호투했다. 마지막 등판이었던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완봉승을 거두며 10승 투수가 됐다. 그 기세가 스프링캠프로도 이어졌다. 이강철 KT 감독은 “외국인 투수 2명과 배제성을 1~3선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