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경제 석학들은 이번 코로나19발 경제 위기가 2008년 금융위기와 달리 수요와 공급 양쪽에 동시 충격을 주기 때문에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했던 형태’의 리세션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전통적인 재정·통화 정책은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Fed 선제 대응에 오히려 리세션 실체 확인
"올해 상반기 세계 경제 마이너스 성장"
로고프 "90% 확률로 리세션 이미 시작"
골드만삭스 美 2분기 -5% 역성장 예상
라잔 "세계경제, 방역 성공에 달려있어"
2001~2003년 국제통화기금(IMF) 수석이코노미스트를 지낸 로고프 교수는 “과거의 금융위기는 민간소비와 투자가 위축되는 ‘수요’ 충격에 따른 것이었지만, 이번에는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하는 것이 특징”이라며 “1970년대 오일 쇼크와 비슷한 양상을 보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경우 공급 충격에 따른 극심한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
2008년 금융위기 때부터 2015년까지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였던 올리비에 블랑샤르 피터슨연구소 수석 연구원은 “올해 상반기 세계 경제 성장률이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는데 의문의 여지가 없다”며 “하반기 성장률은 코로나19 확산이 언제 정점을 찍느냐에 달려있는데, 개인적으로 하반기에도 마이너스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블랑샤르는 미 매사추세츠공대(MIT)·하버드대에서 30년 가까이 재직한 세계적인 경제학자로, 미 Fed의 적극적인 금리 인하에도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그는 “Fed가 금리를 내려도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것”이라며 “금리 인하는 상품에 대한 수요를 자극한다. 기업대출 및 주택담보대출 부담을 완화시켜주고, 주식 투자자들의 리스크 부담을 덜어준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충격은 ‘공급 충격’이기 때문에 금리를 인하한다고 기업이 격리된 직원들을 데려올 수 없고, 물건을 만들기 위한 부품을 조달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며 “Fed의 금리인하는 상징적일 뿐 지금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유용한 수단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날 골드만삭스는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미국의 올 1분기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제로(0)로 하향 조정했다. 2분기에는 마이너스(-) 5%까지 떨어질 것으로 봤다. 얀 하치우스 골드만삭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3월 하순과 4월을 통틀어 경제활동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면서 “코로나19에 따른 불안감으로 관광·엔터테인먼트·요식업 등에 대한 소비자 지출이 감소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글로벌 공급 체인이 중단될 가능성이 크며, 이 또한 미국 경제성장률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올해 전체 경제성장률은 기존의 1.2%에서 0.4%로 하향 조정됐다.
결국 코로나19가 확산하는 각국 방역 당국의 역할에 세계 경기 침체 여부가 달려있다고 전문가들은 의견을 모았다. 인도 중앙은행장을 지낸 라구람 라잔 시카고대 경영대학 교수는 “경제충격의 정도는 당국의 팬데믹(pandemic·세계적 대유행) 억제 성공 여부에 달려있다”고 진단했다.
배정원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