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은혜의강 교회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환자가 하루새 40명 추가됐다. 은혜의강 관련 환자는 모두 46명으로 늘었다.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보험사 콜센터 관련 확진자 124명(15일 0시 기준)에 이어 소규모 집단감염으로는 수도권에서 두 번째로 많다. 이 교회는 코로나 19 확산 와중인 지난 1일, 8일에도 주일 현장예배를 강행했다.
16일 성남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1일과 8일 은혜의강 교회 예배에 참석한 신도 135명을 검사했다. 앞서 이 교회 목사(61)와 그의 아내(61), 신도 3명 등 모두 6명이 확진받아서다. 현재까지 106명을 검사한 결과, 40명이 양성 판정이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나머지 신도 20여명은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성남시 관계자는 “연락이 안 닿지 않아 계속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역당국은 확진자들이 8일 교회 현장 예배에 참석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방역 당국은 현재 확진자들의 동선과 접촉자를 파악하고 있다. 해당 교회는 방역 작업을 마친 뒤 22일까지 폐쇄한 상태다.
종교시설을 매개로 한 코로나19 소규모 집단감염이 변수로 떠올랐다. 중앙방역대책본부와 지자체에 따르면 16일 0시 기준 종교시설 관련 소규모 집단발병은 모두 7곳, 확진자는 144명에 달한다. 개신교 교회가 6곳(138명), 천주교 성당이 한 곳(6명)이다. 주일 현장예배를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15일 주말을 맞아 중앙일보 취재진이 둘러본 교회의 모습은 딴판이었다.
15일 오전 서울 광진구의 한 작은 교회. 상가건물 3층에 들어선 A교회 출입문 밖으로 찬송이 들렸다. ‘신천지(이단) 추수꾼의 출입을 금한다’는 안내문이 붙었지만, 별도로 신분은 확인하지 않았다. 안에는 10여명의 신도가 대부분 마스크를 쓴 채 예배 중이었다. 창문은 모두 닫혀 바깥 공기와 환기가 되지 않았다. 이런 환경에서 ‘2m 거리 두기’를 지키지 않은 신도도 눈에 띄었다. 설교 목사는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좁은 교회일 수록 비말 감염위험 커
주변의 소규모 개척교회 10곳 중 이날 현장예배를 중단한 곳은 3곳뿐이었다. 대부분 평소대로 오전 11시 주일 예배를 시작했다. 그중에는 평일 오후 예배를 하지 않는 대신 주일 예배만은 고집하는 교회도 있었다.
환기 어려운 지하층 교회도 강행
이 교회 목사 역시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교회 한쪽 사무실의 50대 중년 여성도 민얼굴이었다. 이 교회 주보(週報)는 다음 주 예배도 예고했다. 교회 관계자는 “다음 주에도 진행할 것이다”며 “소독제를 교회 안팎에 뿌리고 있다. 신도가 줄어서 떨어져 앉으면 된다”고 말했다. 맞은편 상가주민 김 모(54) 씨는 “사람들이 계속 들락날락해 불안하다”고 말했다. 성남시는 이날 실태 파악에 나섰다.
"주일예배 중단한 적 없다"는 교회
주변 주민 항의차원서 소독약 시위
서울 강남구 광림교회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지난 2주간 주일 예배를 온라인으로 진행했지만 15일 교회당 예배를 재개했다. 온라인 생중계도 병행했다. 교회 관계자는 “일반 신도들이 오면 막지는 않지만, 대부분은 온라인 예배를 드린다”며 “예전 같으면 주차된 차들로 가득 찼을 텐데 지금은 휑하다”고 했다. 경기도 용인의 한 대형교회 관계자는 “예배를 정상적으로 진행하지 못하니 봉헌이 어려운게 사실”이라며 “20분의 1 정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콜센터→교회로 2~3차 감염 우려도
또 코로나19에 걸린 서울 구로구 보험회사 콜센터 직원이 다녀간 경기도 부천 생명수교회에서는 전날 6명의 확진자가 추가로 확인됐다. 이 교회 관련 환자만 모두 14명이다. 콜센터→교회로 지역 감염이 이뤄지면서 3차 감염도 우려되고 있다. 성남 은혜의강 교회에서도 목사와 그 아내를 비롯해 총 6명의 확진자 나왔다. 코로나 유행 때인 8일 함께 예배를 봤던 사실이 방역당국 역학조사에서 드러났다.
천주교, "교구별로 미사중단 연장"
교회가 주일 현장예배를 강행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종교의 자유를 주장한다. 한 교회 관계자는 “교회는 예배가 생명인데 그걸 강제로 못하게 하는 건 종교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종교집회를 전면금지하는 긴급명령 카드를 꺼내려다 종교계의 반발에 부딪혀 11일 접은 바 있다.
헌금 의존 큰 미자립교회 문 못 닫아
익명을 요구한 한 목사(43)는 “예배에는 꼭 봉헌(헌금을 걷는 것)이 있다”며 “한 달에 100만원 가까운 임대료를 내야 하는데 형편이 어렵다. 주변에 투잡을 뛰는 목사도 있다”고 말했다.
중앙재난대책본부 관계자는 “종교행사는 1시간 이상 밀폐된 공간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감염에) 위험할 수 있다”며 “종교시설 등을 중심으로 집단발병 사례가 계속 확인되고 있는 만큼 예방대책 강화가 필요하다”이라고 말했다.
김민욱·이우림·이가영·윤상언 기자, 성남·수원=채혜선·최모란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