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사건 당일 제주기지의 능동형 감시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유사시 바로 투입하는 5분 전투대기부대(5분 대기조)는 침입 후 거의 2시간 가까이 늑장 대응했다. 합동참모본부가 해군작전사령부와 함께 지난 8~11일 제주 해군기지와 3함대 사령부에 대한 합동검열 결과다.
신형 CCTV 기존 것과 호환 안 돼
2시간 뒤에야 진압, 전대장 해임
네티즌 “아파트 단지보다 허술”
그런데 무단 침입 지점의 CCTV는 이들의 모습을 처음부터 촬영했지만, 경보를 울리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바꾼 신형 CCTV가 기존 장치와 호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감시병 2명이 카메라를 지켜봤지만 70여개 화면에서 무단 침입 장면을 놓쳤다.
제주기지 측은 무단 침입 1시간이 지나 오후 3시 10분쯤 상황을 파악하게 됐다. 무단 침입 지점에서 가까운 초소 근무자가 근무 교대 후 돌아가는 과정에서 철조망이 잘린 것을 확인하면서다. 당직 사관은 오후 3시 50분쯤 무단 침입 민간인 2명을 찾아냈다. 이때까지 민간인 2명은 1시간 34분 동안 군사 기지 안을 제집처럼 돌아다녔다. 뒤늦게 5분 전투대기부대가 출동해 오후 4시 3분쯤 이들의 신병을 확보했다. 무단 침입 1시간 47분 만에 상황이 끝났다.
합참은 제주기지 전대장(대령)을 보직 해임하고 지휘 책임이 있는 3함대 사령관도 엄중히 조치할 예정이다. 국방부와 합참은 지난해 6월 북한 소형 목선 삼척항 진입을 놓쳤고, 지난해 7월 해군 2함대 거동수상자 허위 자수 사실이 들통난 뒤 경계를 완벽히 하겠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지만, 군 당국의 경계태세는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한 네티즌은 “제주기지 경계 수준이 아파트 단지보다 못하다”고 꼬집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