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재와 뽀시래기가 찾은 5번째 집은 을지로 방산시장 안에 있는 ‘은주정’이다. 1986년 시작한 이곳은 메뉴가 ‘쌈 싸먹는 김치찌개’ 딱 하나뿐이다. 1인분에 8000원. 주문을 하면 김치찌개를 담은 냄비와 쌈을 싸먹을 수 있는 채소를 수북이 담은 바구니, 밥을 담은 큰 대접을 갖다 주신다. 보글보글 김치찌개가 익으면 작은 앞 접시에 고기와 김치를 건저 쌈을 싸먹고, 남은 국물은 김칫국물을 더 넣고 팔팔 끓인 다음 라면 사리를 끓여 먹는 게 이 집의 공식이다.
주방 입구에는 20여 가지 쌈 채소 사진이 붙어 있는데, 계절 별로 6~종의 채소를 담아주시는 것 같다. 라면사리는 식당 입구에 있는 자동판매기에서 손님이 직접 사와야 한다.
저녁 메뉴도 한 가지 뿐이다. ‘삼겹살과 김치찌개’. 1인분에 삼겹살 2줄과 점심 때보다는 약간 적은 양의 김치찌개가 나온다. 1인분에 1만2000원. 둘이 와서 소주 한 병과 먹어도 3만원이 안 넘는 가성비 맛집이다.
수북한 쌈 채소는 바구니째 리필. 끝도 없이 나오는 김치찌개를 먹으면서 오늘 아재와 뽀시래기는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