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편의점 사업 철수하나
시작은 공격적이었다. 2012년부터 가맹점 모집을 시작하고, 2013년엔 명칭을 ‘홈플러스365’에서 ‘365플러스’로 바꾸며 기존 대형마트와는 구분된 편의점만의 고유한 정체성을 만들기 시작했다. 2013년 당시 도성환 홈플러스 사장은 미국 보스턴대학교에서 있은 홈플러스 경영사례 발표 자리에서 “향후 10년간 편의점을 5000여 개로 확장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매장 수는 2013년 62개, 2014년 226개, 2015년 374개까지 매년 늘렸다. 편의점 경영주 모집에도 적극적이었다. 대대적인 매장 확대 전략에 도 사장은 2013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골목상권을 침해하는 것 아니냐”는 질타까지 받을 정도였다.
하지만 기우였다. 2017년 홈플러스의 새로운 대표로 임일순 사장이 취임한 후 편의점 사업은 급속하게 힘을 잃었다. 코스트코코리아 최고재무책임자(CFO), 바이더웨이 CFO 출신의 임 사장이 취임하자 업계에선 홈플러스가 편의점 산업에 적극적으로 불을 지필 것으로 경계했으나 결과는 반대였다.
매년 계약을 해지하는 폐점 매장은 늘고, 반대로 신규 개점은 줄었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명사업거래 정보에 따르면 계약을 해지한 매장은 2016년 45개, 2017년 61개, 2018년 57개였다. 반면 새롭게 문을 연 매장은 눈에 띄게 줄었다. 2016년 개점매장은 26개, 2017년 16개, 2018년 4개로 나타났다. 2019년 신규 개점이 단 한곳도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었지만 홈플러스 관계자는 “정확한 수치를 공개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지난해 신규 개점 수가 한 자릿 수 가량 늘었다. 계약해지가 늘은 건 맞다”고 부정했다. 본사에서 직접 운영하는 직영점은 현재 전국에 두 곳만 남았다.
매장이 주니 같은 기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도 반토막 났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본부 재무상황 자료를 보면 365플러스의 영업이익은 2016년 3090억원, 2017년 2699억원, 2018년 1510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은 2016년 3231억원, 2017년 2535억원, 2018년 1762억원이다.
가격경쟁력 외치다 1인가구 트렌드 놓쳐
매장 수도 지속해서 늘고 있다. GS25는 2016년 1만728개, 2017년 1만2429개, 2018년 1만3107개, 2019년 11월 말 기준 1만3899개로 확장했다. CU는 2016년 1만857개, 2017년 1만2503개, 2018년 1만3169개, 2019년 11월 말 1만3820개다.
업계 3위인 코리아세븐의 세븐일레븐 역시 2016년 8308개, 2017년 9019개, 2018년 9265개, 2019년 11월 말 1만16개로 늘었고 그 뒤를 따르는 미니스톱도 2016년 2362개, 2017년 2501개, 2018년 2556개, 2019년 11월 말 2720개로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근거리 주민을 상대로 장사하는 편의점 특성상 매장 위치가 어디냐에 따라 매출 차이가 크다. 이 때문에 ‘목 좋은 곳’을 먼저 선점하기 위한 신규매장 오픈은 당연히 경쟁적으로 진행된다”며 “반대로 신규 매장이 줄고 전체 매장 수가 준다는 건 편의점으로 돈을 벌겠다는 의지가 없고, 자연스럽게 정리하는 단계일 것”이라고 말했다.
성장세 흐름을 타고 있는 편의점 업계에서 왜 365플러스만 뒤처지고 있는 걸까. 우선 편의점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에 접어든 상태다. 홈플러스는 편의점 사업에 뒤늦게 뛰어든 후발주자로, 타 브랜드의 매장을 365플러스 매장으로 전환시키는 것 외엔 시장점유율을 높이기에 한계가 명확했다.
선발주자를 따라잡을 획기적인 마케팅 전략이 필요했지만 홈플러스의 전략은 소비자를 유혹하기에 역부족이었다. 특히 홈플러스가 편의점 운영에도 대형마트와 같은 마케팅 전략을 쓴 것이 실패 요인으로 꼽힌다.
홈플러스는 365플러스를 설립하며 대형마트 운영을 장점으로 앞세워 다른 경쟁사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제품을 판매한다고 강조했다. 홈플러스로 다져둔 제조사와의 관계를 통해 편의점 상품 가격도 낮춰 판매하겠다는 방안이었다. 365플러스 편의점 간판에 ‘착한 가격, 편안한 가게!’라는 슬로건을 달아 가격경쟁력을 자랑했다.
이는 편의점 전용 제품을 출시해 소비자를 이끄는 기존 경쟁업체와는 다른 전략이었다. 하지만 최저가격판매 전략은 편의점 주요 소비자에게 매력적인 요인이 되지 못했다. 대형마트 소비자가 100원이라도 저렴한 상품을 찾는 사람들이라면, 편의점 소비자는 대부분 1인가구로 조금 비싸지만 편리하게 사먹을 수 있는 제품을 찾는 사람들이다. 홈플러스가 내세운 가격우위는 편의점 운영 시스템에 맞지 않는 전략이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와 편의점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대형마트 1위인 이마트조차 편의점에서는 CU나 GS25의 아성을 뛰어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365플러스 가맹점주는 “대부분의 편의점이 진행하는 모바일 기프트(교환권) 서비스마저도 365플러스는 하지 않는다. CU, GS25,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미니스톱은 물론 우리보다 후발주자인 씨스페이스도 진행하는 서비스”라며 “이와 달리 홈플러스 매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모바일 상품권은 판매하고 있다. 편의점 사업엔 신경을 안 쓰는 건지, 편의점 마케팅 전략이 없는 건지 속만 터진다”고 말했다.
가맹점주들 “차라리 브랜드 바꿨으면”
김대종 세종대 교수(경영학)는 “사모펀드는 짧으면 2~3년 길면 5년 안에 사업을 매각하고 인수하면서 차액을 만들고, 여기서 생긴 수익을 투자자에게 배분해야 하므로 매각 시 시장가치를 떨어뜨리는 흠집 내기를 싫어한다”며 “괜히 편의점 매장을 늘려서 재무상황을 불안하게 만들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재무부문장이었던 임 사장을 대표로 앉힌 것도 차후 매각을 고려한 재무안정화 차원”이라며 “편의점 사업에서 과감한 리더십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편의점 사업 철수에 대해 홈플러스 측은 부인하고 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매장이 줄어드는 추세지만 사업을 정리하는 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공격적으로 신규 매장을 확장하지 않는다는 게 우리 방침이다. 기존 점포가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 입장에서는 365플러스 편의점은 매장점주들과 계약 기간이 남아서 사업을 중단할 수도 없고, 높은 가격으로 팔 수 있는 상황도 아니라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쥐고 있는 사업일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신규 매장 출점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이마트24에게 365플러스를 매각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365플러스 한 가맹점주는 “차라리 다른 브랜드로 전환됐으면 좋겠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다른 편의점들은 가맹점주 지원방안을 속속 발표하고 있는데 홈플러스는 아무런 움직임도 없다. 매출은 떨어지는데 아무 관심도 없으니 우리만 죽어난다”고 토로했다.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