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그런 적이 있습니다.”(김미균 시지온 대표)
“비례대표로 나가려다 민주당이 지역구를 제안하자 접은 건가요.”(이 부위원장)
“서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이 달랐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김 대표)
김형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의 사퇴를 부른 ‘김미균 공천’ 심사 당시 오간 질의·답변 한 대목이다. 김 위원장은 13일 김미균(34) 시지온 대표의 서울 강남병 공천을 철회하면서 자신도 “이 모든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당내에선 김 대표가 보수세가 강한 서울 강남병에 전략공천된 배경을 두고 "미스터리"라는 반응이 나온다.
복수의 통합당, 공관위 관계자가 전하는 김 대표 공천의 전말은 이렇다. 당 공관위는 2월 초 강남병을 전략공천 지역으로 정하고 인물을 물색하기 시작했다. 몇몇 공관위원은 청년·여성·벤처기업 대표 등을 직접 만났다. 이어 2월 하순 김 대표를 포함한 3~4명의 후보군을 공관위 논의 테이블에 올렸다. 한 공관위원은 “김 대표가 젊은 여성이면서 전도유망한 벤처 사업가라는 점을 다들 높게 봤다”고 말했다.
그러던 중 변수가 생겼다. 김 대표가 총선 공천과 관련해 민주당과도 접촉했다는 게 3월 초 공관위에서 알게됐다. 비례대표를 희망했던 김 대표에게 민주당이 경기 남양주 등 지역구 출마를 제의했다는 것을 김 대표가 밝히면서다. 이는 공관위 내부에서도 논란거리가 됐다. 이석연 공관위 부위원장은 “당시 여러 얘기가 나왔고 면접 때도 김 대표로부터 민주당과 비례 및 지역구 출마 논의를 했다는 사실을 내가 직접 확인했다”며 “김 대표가 면접 때 '민주당과의 논의를 그만뒀다. 떠났다’고 해 더 크게는 논란이 안 될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익명을 원한 한 공관위원은 “사실 김형오 위원장과 이석연 부위원장은 민주당과 접촉한 인사라는 점 등을 들어 썩 내키지 않는 분위기였다”며 “반면 김세연 의원 등 몇몇 개혁성향 인사들은 ‘이 정도 인사는 포용력 있게 받아주는 당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결국 받아들이기로 정리가 됐다”고 전했다. 김 의원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민주당에서 영입 제안을 받았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그럼에도 상징성, 대표성을 더 중요하게 보고 그런 걸 높이 사서 결정했다”고 전했다.
당초 강남병에는 이 지역 현역인 통합당 이은재 의원에 이재인 전 청와대 여성가족비서관, 김은혜 전 통합신당준비위원회 대변인 등 7명이 공천을 신청했다. 이후 당 공관위는 지난달 21일 이곳을 청년 전략지역으로 발표하며 이 의원을 컷오프(공천 배제) 했다. 그러고는 12일 김 대표를 전략공천 후보로 확정했다.
직후 김 대표의 과거 페이스북 게시글이 재조명되면서 이른바 ‘친문(친문재인) 과거’ 논란이 일었다. 김 대표는 작년 9월 12일 페이스북에 문재인 대통령이 보낸 추석 선물사진을 올리면서 “적어주신 편지가 좋아서 여러 번 꺼내 읽었고, 택배에도 ‘문재인, 김정숙’이라고 보내셔서 더 다정한 선물을 받은 듯했다”고 썼다. 2017년에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업체 방문을 홍보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 노회찬재단 등 친여권 성향의 인사나 단체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좋아요’를 누르기도 했다.
통합당 한 공관위원은 “개인적으로는 도박하는 심정으로 공천 발표를 지켜봤다”며 “상품은 좋은데 소비자가 싫다고 하니 어쩔 수 없다. 젊은 친구를 두 번 죽이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현일훈ㆍ이병준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