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문 지지층 비토했나…공수처 반대 금태섭 민주당 경선 탈락

중앙일보

입력 2020.03.12 22:12

수정 2020.03.12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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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태섭(서울 강서갑·초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민주당 경선에서 탈락했다. 민주당 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최운열)는 12일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7차 경선(10~12일 자동응답전화 여론조사로 권리당원 50% 일반국민 50%, 서울 송파갑 제외) 결과를 발표했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검사 출신의 금 의원은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추진하는 검찰 관련 입법에 공개적으로 반대했던 당내 대표적인 비주류다. 지난해 12월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민주당 소속으로는 유일하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에 기권표를 던졌다. 지난해 9월 6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는 “조국 후보자의 가장 큰 단점은 공감 능력이 없는 것”이라고 해 친문 지지층에게 ‘문자 폭탄’을 받았다.
 
지난달에는 정봉주 전 의원에 이어, ‘조국백서’의 저자인 김남국 변호사가 서울 강서갑에 공천을 신청하면서 ‘조국 내전’이 불거지는 듯했다. 당시 금 의원은 “이번 총선을 조국 수호 총선으로 치를 수 없다”고 했다. 결국 당 지도부가 김 변호사를 경기 안산단원을에 전략공천하면서 정리됐지만, 김 변호사와 비슷한 시기 이 지역에 추가 공모했던 강선우(42) 전 민주당 총선기획단 위원이 금 의원을 꺾는 이변을 연출했다. 경선에 참여한 권리당원 대다수가 친문 성향인 데다, 여성인 강 전 위원이 높은 가산점(25%)을 받은 영향이 컸을 것이란 분석이다. 강 전 위원은 경선 직후 본인 유튜브에서 “가산점 없이도 여론조사에서 약 65%를 얻어 승리했다”고 주장했다. 강 전 위원은 본선에서 18대 의원을 지낸 구상찬 미래통합당 후보와 맞붙는다.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총선기획단 위원이 지난해 11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총선기획단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금 의원 낙천 소식에 당내 반응은 엇갈렸다. 비문의 한 의원은 “애초에 당 공관위가 경선을 붙인 건 금 의원을 떨어뜨리겠다는 의도 아니었겠나”라며 “이런 사람마저 포용하지 못하면…”이라고 말했다. 반면 친문 성향의 한 의원은 “본인 역량이 거기까지인데 누굴 탓하겠나”라며 “당의 가치에 공감하지 못하고 따로 논 탓”이라고 했다.


한편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이하 울산사건)의 핵심 피의자로 기소된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대전 중)은 경선에서 송행수 전 지역위원장, 전병덕 전 청와대 행정관을 누르고 승리했다. 울산사건에 연루된 후보로는 한병도 전 청와대 정무수석(익산을), 임동호 전 최고위원(울산 중)에 이어 3번째로 공천을 확정했다. 본선에선 이은권 통합당 의원과 대결한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부터), 이광재 전 강원지사, 황운하 전 대전지방경찰청장. [연합뉴스·뉴스1]

피선거권 회복 후 10년 만에 선거에 나서는 이광재 전 강원지사는 강원 원주갑 경선에서 박우순 전 의원을 꺾었다. 이 전 지사는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춘추관장을 지낸 박정하 통합당 후보와 경쟁한다. 일반국민 100% 여론조사로 경선한 서울 송파갑에서는 조재희 전 지역위원장이 승리하면서 『검사내전』 저자인 김웅 전 부장검사(통합당)와 대결하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20대 총선을 앞두고 발탁, 당·정·청 요직을 두루 거친 문미옥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차관은 낙천했다.
 
부산 중-영도에서는 당원명부 과다조회로 후보 자격을 박탈당했다가 재심 끝에 회생한 김비오 전 지역위원장이 3인 경선에서 이겼다. 부산 금정에서는 언론계 입당자(고민정·박성준·한준호 후보) 중 유일하게 전략공천을 받지 못한 박무성 전 국제신문 사장이 김경지 변호사에게 밀려 탈락했다. 용인갑에서는 오세영 전 경기도의원이 이해찬 민주당 대표의 측근인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를 꺾고, 정찬민 전 용인시장(통합당)과 경쟁한다.
 

더불어민주당이 12일 발표한 7차 경선 지역 개표 결과. 표=석경민 기자

정용기 통합당 의원이 버티는 대전 대덕에서는 박영순 전 대전시 정무부시장이, 김학용 통합당 의원이 현역인 안성에서는 이규민 전 수원월드컵경기장관리재단 사무총장이 각각 공천됐다. 천안갑에서는 문진석 전 충남지사 비서실장, 충남병에서는 이정문 변호사가 각각 전종한 전 천안시의회 의장, 박양숙 전 서울시장 정무수석을 이겼다.
 
하준호·석경민 기자 ha.junho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