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훈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 노력에도 마스크 수급 문제가 해결이 안 되고 있다”며 “개성공단에서는 KF94, KF80 등급의 마스크 생산이 가능하고 섬유 기업은 73개사나 된다”고 말했다. 설 최고위원은 또 "마스크 품귀는 세계적 현상이고 미국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북한도 마스크가 부족하기는 마찬가지"라며 "남북이 협력해서 개성공단 가동으로 마스크를 생산할 수 있다면 마스크 품귀 해소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막힌 남북관계 개선에도 새로운 전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광온 최고위원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개성공단 마스크 생산은) 충분히 유엔 대북제재의 예외를 인정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며 “개성공단을 통한 평화경제가 코로나19 극복과 우리 경제를 위한 주력 방안이 될 것이라 믿고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진향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이사장도 10일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개성공단) 마스크 제조업체 1곳이 하루 완전가동했을 경우 20만장 생산이 가능하다. KF 필터를 만드는 회사는 하나지만 2중 면 마스크를 제작하게 되면 개성공단 73개사에 의류 봉제 업체를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무부처인 통일부는 난색을 표했다.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개성공단 마스크 생산) 제안은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하는 취지에 공감한다”면서도 “제반 사정을 고려해 보면 지금 당장 추진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남북 방역 상황에서 개성공단이 재가동된다면 남북의 인원이 실내에서 만나 밀접 접촉을 해야 한다는 상황이 부담된다. 또 그동안 중단됐던 개성공단을 재가동하기 위해서는 시설 점검 기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마스크 필터 부족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개성공단 등을 통한 생산 라인 증설이 공급량 증가로 이어질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최근 일부 마스크 업체는 핵심 원자재인 필터용 부직포가 부족해 마스크 생산을 전면 중단한 상태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개성공단 재가동에 대한 의견을 묻는 임종성 민주당 의원 질의에 “마스크는 공장 문제가 아니라 필터의 공급이 부족해 증산을 못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