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킷 브레이커가 발동하고 15분 후인 9시 49분 뉴욕 증시는 다시 개장했다. 상황은 달라진 게 없었다. S&P 500지수와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 나스닥지수는 다시 급강하를 시작했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한때 8% 이상 떨어지기도 했다.
전 세계 금융시장이 공포로 물들었다. 9일 아시아 주식시장에서 시작된 ‘검은 월요일’의 충격은 유럽으로 옮아갔다. 이어 세계 금융시장의 중심 미국 월가까지 검게 물들었다. 이날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지난 주말보다 2013.76포인트(7.79%) 폭락한 2만3851.02를 기록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225.81포인트(7.60%) 내린 2746.56까지 내려앉았고, 나스닥지수는 624.94포인트(7.29%) 떨어진 7950.68에 거래를 마쳤다.
미 방송 CNN은 “주가 하락이 거듭되면서 S&P 500지수는 역대 최고치와 견줘 20% 낮아졌다”고 분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를 필두로 한 석유 전쟁, 수면 위로 떠오른 세계 경기 침체의 재발 등 여러 요인이 뒤얽히며 ‘월요일의 공포’를 불러왔다.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10만 명을 넘어 11만 명을 향해 빠르게 가고 있다. 미국에서도 확진자, 사망자 수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미국 금융시장은 물론 경제 전반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미 경제 매체 마켓워치는 “미 경제 전반에 침체 조짐이 나타나고 있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등에서 할 수 있는 효과적인 대책은 사실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 기준금리인 연방기금 금리는 이미 0%대에 근접한 연 1.0~1.25%로 내려 와있다. Fed는 다음 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앞두고 있다.
이날 ‘아시아→유럽→미국 증시’로 이어진 증시 폭락의 방아쇠는 국제유가가 당겼다.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를 비롯한 거대 산유국 간의 석유 생산 감축 합의가 불발로 끝나면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감산 합의에 반기를 든 러시아를 겨냥해 일일 석유 생산량을 1000만 배럴로 늘리는 역공에 나섰다.
코로나19가 번지며 석유 수요가 급감할 수 있다는 우려에 내리막을 타던 국제유가는 사우디와 러시아 간 ‘유가 전쟁’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8일 국제유가는 장중 한때 30% 넘게 급락했다. 1991년 걸프 전쟁 이후 최악의 기록이다. 공포 장세가 또 다른 시장의 공포를 부르는 ‘도미노 현상’이 지역ㆍ상품을 가리지 않고 전 세계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유가 급락과 코로나19의 빠른 확산이 전 세계적인 불황을 불러올 수 있다는 공포가 시장에 번지고 있다”며 “앞으로 이런 시장의 공포는 더 커질 수 있다”는 우울한 전망을 하기도 했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