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가에선 ‘기생충’이 4주 연속 주말 흥행 1위에 올랐다. 한국 투자·배급사 CJ 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기생충’은 지난 주말(6~8일) 일본 박스오피스에서 수입 1억3370만 엔(약 15억원)을 추가하며 누적 매출이 40억4716만 엔(474억원)에 달했다.
‘기생충’ 4주째 일본극장 흥행 1위
K팝·한국영화 돌풍에 쿨 재팬 흔들
“한국의 소프트파워는 일본도 가렸다. K팝, K뷰티도 ‘기생충’처럼 문화적 힘이 엄청나다.” ‘기생충’의 아카데미 수상 직후 뉴욕타임스의 타부치 히로코 기자는 트위터에 이렇게 밝히며 “그런데 ‘쿨 재팬’ 이니셔티브는 어떻게 돼 가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쿨 재팬은 일본 정부가 2010년 경제산업성 산하에 ‘쿨 재팬실’을 설치하며 내건 관 주도 대외문화 홍보·수출 정책이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기생충’은 일본에서 성공하는 한국영화엔 꽃미남 배우가 나온다는 공식을 깼다”고 했다. 기존 한류(韓流)와 양상이 다르다는 얘기다. 김봉석 영화평론가는 “일본의 젊은 감독들을 만나면 한국영화에 영향받았거나 좋아한다는 사람이 많다. 2000년대 이후 한국영화가 좋은 작품을 많이 만들었고 위상이 높아졌기 때문”이라며 봉준호·박찬욱·나홍진 감독 등이 거론된다고 했다. 반면, 일본 영화에 대해선 “메이저 영화가 재미없어졌고, 실사영화든 애니메이션이든 인기작을 리메이크하거나 속편을 낼 뿐 새로운 작품이 거의 없다”고 했다.
심은경 주연의 ‘신문기자’가 정권 비판 영화로는 이례적으로 일본 아카데미 최우수 작품상, 최우수 여우주연상, 최우수 남우주연상에 오른 것도 이에 대한 파격의 맥락이다. 이번 수상이 TV 중계되자, ‘전쟁과 한 여자’(2012)를 연출한 사회파 감독 이노우에 준이치는 페이스북에 “TV에 소개조차 안 됐던 ‘신문기자’가 공중파에서 나온다. 이토록 통쾌한 일이 어디 있으랴”고 했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