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군에 입대한 A씨가 1년 남짓한 군 생활 동안 수차례 받은 진단 소견이다. A씨는 이런 진단에도 적절한 조치를 받지 못했다. 그는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9일 대법원은 A씨 유족이 낸 국가유공자 및 보훈보상대상자 비대상 결정 취소 소송에서 첫 소송 이후 4년여 만에 A씨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11개월 군생활…복귀일 극단 선택
A씨가 사망 전 남긴 유서에는 그의 심리상태가 담겼다. 유서에는 힘들다는 내용, 초반에 욕을 많이 먹었다는 내용, 더 이상은 못하겠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A씨의 어머니는 경북북부보훈지청에 국가유공자 유족 등록 신청을 했지만 거부당했다. “직무수행이나 교육 훈련 중 사망했거나 구타, 폭언, 가혹 행위가 직접 원인이 돼 목숨을 끊은 것이 아니다”는 것이 이유였다. A씨의 어머니는 소송을 냈다.
6차례 진단, 부실한 조치
그해 9월 다시 시행한 적응도 검사에서도 자살·정신장애가 예측된다는 소견을, 2015년 1월 안전진단에서도 위험 진단과 함께 소속 군인들과도 잘 어울리지 못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A씨가 휴가를 나오기 직전인 5월 초 검사에서는 “즉각적인 전문가 지원 및 도움이 필요하다”는 소견이 나왔다. 하지만 소속부대에서는 “A씨가 과거 받았던 정신과 치료 트라우마로 상담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상담이나 전문가 진료를 하지 않았다. 가족과 연계한 관리도 하지 않았다.
1ㆍ2심, “개인 성향 영향”
하지만 법원은 A씨를 국가유공자나 보훈보상대상자로 인정해달라는 유족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A씨의 선택은 개인적ㆍ정신적 어려움으로 그의 의지에 따른 것”이라고 판결했다. 그 근거로는 상관의 질책 정도가 삶을 포기하게 할 정도로는 보기 어렵고, 부대 내에서 구타나 폭행 및 가혹 행위가 있었던 것은 아닌 점을 들었다.
대법 "보훈 대상 가능, 성격 영향 있어도 관계없어"
다만 보훈보상자법에 따라서는 지원받을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보훈보상자법은 지원 대상자를 직무수행과 사망 사이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는 경우로 본다. 다만 대상을 제외 규정에 “불가피한 사유 없이, 본인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것”이란 조항이 있다. 이 조항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들이 종종 보훈보상자법 지원 대상자에서 제외됐다.
대법원은 이 조항의 해석을 보다 명확히 했다. 대법원은 “이 조항은 상당한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려운 경우를 설명한 예시적 규정일 뿐”이라며 “직무수행과 사망의 인과관계는 따로 판단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어 “자살이라는 이유만으로 보훈 보상자에서 제외해서는 안 된다”고 명확히 했다.
대법원은 “A씨는 극심한 직무상 스트레스와 정신적 고통을 겪으며 목숨을 끊는 상태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며 “성격이나 개인적인 취약성이 그런 선택을 하게 된 데 영향이 있더라도 이를 달리 볼 순 없다”고 판결했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사건을 파기환송하고 대구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