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수 인원을 나타내는 숫자 카운터가 알람 소리와 함께 ‘23’으로 올라가자 대기표를 쥐고 있던 한 여성이 문진(問診)실 안으로 들어갔다. 이곳 관계자는 숫자 카운터를 보며 “마스크 지급 전엔 하루 평균 20명이 찾아왔었는데 이벤트 후에는 70명 정도로 늘었다”고 했다.
“헌혈하면 마스크 드립니다”
한마음혈액원은 국내 헌혈에서 7% 정도를 책임지는 단체다. 나머지는 대한적십자사가 담당한다.
한마음혈액원은 이날 오후 전국 18곳에 있는 헌혈카페 등에서 헌혈한 인원은 900명 정도라고 잠정 집계했다. "마스크 이벤트 이전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라고 관계자는 전했다.
이날 오후 5시 혈액카페의 숫자 카운터는 ‘50’을 가리키고 있었다. 헌혈실 내 침대 5개 가운데 4곳에서 사람들이 누워 있었다.
대기자들 가운데 “왜 이렇게 오래 걸려”라는 말도 나왔다. 한마음혈액원관계자는 “사람이 많이 왔다는 게 알려지면 헌혈자가 늘었다는 오해가 생길 수 있다”며 “이건 일시적인 현상일 뿐 현재 혈액 수급은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공무원 등이 참여한 단체 헌혈이 늘어나 한때 회복세를 보이기도 했던 혈액보유량은 다시 위기에 빠졌다.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에 따르면 이날 기준 전국 혈액보유량은 한마음혈액원을 포함해 3.0일분이다. 이 미만으로 떨어지면 혈액 수급 위기 단계는 관심 단계에서 주의 단계로 올라간다.
“헌혈자 안전 위한 마스크”
이 관계자는 “마스크 품귀 현상과 맞물려 마스크 증정 이벤트를 계기로 헌혈자가 많아진 걸 부정할 수는 없다”며 “이번 주말 안으로 준비된 마스크가 모두 소진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이벤트는 오는 31일까지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이보다 일찍 끝날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한 네티즌은 이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한마음혈액원에서 헌혈하고 온 사실을 알리며 “마스크 5장을 준다기에 헌혈하고 왔다. 오전 11시가 오픈인데 그 전부터 사람들이 기다리는 진풍경이 벌어졌다”고 전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헌혈증서와 지금 너무나도 절실한 마스크를 얻었다. 이 마스크는 아껴 쓸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한마음혈액원과 함께 대한적십자사에도 관련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적십자사 관계자는 “이곳으로 문의 전화가 엄청 오고 있다. 헌혈자들이 반응하고 있다”며 “마스크 이벤트를 하는 한마음혈액원은 적십자사와 다른 단체라고 안내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