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에 위치한 A 반도체 장비 업체는 코로나19 사태로 올해 경영목표를 사실상 포기했다. 주요 거래처인 중국과의 교류가 끊기면서 신규 수주와 기존 물량 납품이 모두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 회사 대표는 “반도체 장비 특성상 주문생산 방식이라 설계와 사양을 맞추고 가동까지 도우려면 1년에 300일을 중국에 상주해야 한다”며 “하지만 출장길이 막혀 매출이 올해 들어서만 15% 이상 감소했고 앞으로도 기약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회사도 문제지만 돈이 돌지 않아 30~40개 국내 협력사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 “총체적 위기 상황” 긴장 고조
8일 대한상공회의소(이하 대한상의)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가동한 대한상의 ‘코로나19 대책반’에는 전국 각지에서 기업들의 애로사항이 속속 접수되고 있다. 지난 6일 현재 357건이 접수됐으며 대한상의는 이를 하루 단위로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에 전달 중이다. 기업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역시 매출감소(38.1%)였다. 이 밖에 ‘부품‧원자재 수급(29.7%)', '수출 애로’(14.6%)', '방역용품 부족’(5.3%)', '노무인력관리’(4.8%)' 등 전방위에 걸쳐 애로사항이 쏟아졌다.
〈코로나19 사태 기업 건의 유형〉
서울 서비스업, 인천 제조업 등 지역산업 타격
〈주요 서비스업종 피해 현황〉
전국 제조업체의 36%가 밀집한 인천·경기 지역은 중국으로부터 원자재 수급이 원활하지 못해 생산과 수출 모두 타격을 받고 있다. 인천의 한 건설자재 업체의 경우 유럽과 미국 수출 물량 꽤 되지만, 중국산 자재의 수입 차질로 유럽·미국 수출 물량까지 제때 대지 못하고 있다.
대규모 석유화학 단지가 밀집한 울산의 경우 원자재 수급 지연에 가동인력까지 줄며 생산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다수다. 특히 방역 강화로 외근과 출장, 외부인 출입이 제한돼 조업 시 의무사항인 대기오염물질 측정을 제때 시행하기 어려워졌을 정도다.
제주·강원은 주력 산업인 관광 분야가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다. 제주상의에 따르면 코로나 19 사태 이후 도내 호텔과 관광지, 골프장 매출이 50% 줄고 음식점 매출도 80% 급감했다. 강원도 소재 한 놀이공원은 3월 들어 예약의 70%가 취소되고 매출이 평년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 올해 인력 충원을 전면 중단했다.
대구 “산업용 마스크 따로 배정해달라”
자금지원, 연장근로 등 ‘생산성 보완책' 시급
자금지원 등 정부대책이 나왔지만, 기업이 실제 지원을 받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피해입증 등 지원 요건도 까다롭다는 점도 지적됐다. 이와 관련 대구상의는 “대구지역의 중국 거래 기업 중 47%가 긴급경영안정자금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며 “하지만 실제론 대출한도 초과, 대상 업종 제한, 기업 신용도 문제 등으로 신규대출이나 만기연장이 사실상 어려운 형편”이라고 전했다.
신근호 고려대 교수는 “기업들이 총체적 위기에 빠져 한시가 급한데, 지원절차가 복잡하고 심사기준이 과거와 같다면 체감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자금지원, 세금감면, 각종 조사·부담금 납부 이연 등 모든 기업에 해당하는 부담경감조치를 한 번에 묶어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대한상의 코로나19 대책반장인 우태희 상근부회장은 “기업 현장 애로를 해소하려면 정부 지원이 과감히 빠르게 시행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조만간 코로나19 대응과 경제회복을 위한 종합건의서를 정부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