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코니바이에린 얘기다. 한국 회사가 맞나 싶을 정도다. 이렇게 일하는 회사가 만든 제품은 아기를 안을 때 사용하는 아기띠. 코니아기띠와 코니바이에린의 특이한 근무 방식은 부부 공동창업자인 임이랑 대표와 김동현 이사가 육아를 하면서 구상해낸 것들이다.
[한국의 실리콘밸리, 판교]
매출 150억 스타트업 코니바이에린
티몬 출신 부부가 세운 '아기띠' 회사
자유로운 근무 시간·장소 보장해줘
매달 정하는 업무 목표만 채우면 돼
6일 임 대표를 전화로 인터뷰했다. 지난달 둘째를 출산한 임 대표는 산후조리원에서 원격 근무를 하고 있었다.
"태어난 지 4~5개월 된 내 아이를 계속 보면서 일하고 싶었어요. 친정이나 시부모님께 육아를 전적으로 부탁하고 싶지는 않았고요. 결국 안방에서 가장 먼 방을 사무실로 삼았죠. 아직 사무실이 따로 필요하다고 느낀 적은 없어요. 아이도 저와 남편이 방에서 일하면 '엄마, 아빠가 일하는구나'라고 생각합니다. 출근을 위한 준비 시간과 이동 시간이 없어진 것도 장점이지요."
코니바이에린은 슬랙, 드롭박스, 구글 행아웃 등 다양한 업무 협업 툴을 사용한다. 자신이 가장 편한 방식으로 회사 안팎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하면 된다. 회사 바깥 사람들과도 대면 회의보단 화상회의를 택하는 편이다. 화상 회의가 가능한 링크를 보내준다. 임 대표는 "처음 화상회의를 해본 상대방이 처음엔 당황하다가 30분만 써보면 다들 만족한다"고 말했다.
국내 스타트업과 정보기술(IT) 기업 중에도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하는 회사들이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하루 혹은 일주일에 채워야 하는 근무 시간이 정해져 있다. 코니바이에린은 근무 시간 대신 매달 업무 목표를 세우고 이를 제대로 달성하는지를 점검한다.
"매달 1일 슬랙에 월간 목표를 올리고, 2~3일은 지난달 성과를 리뷰하고 목표량을 점검합니다. 직원들은 모두 각자 자기 분야를 완전히 책임지는 구조입니다. 다른 직원과 중첩되는 업무가 없거든요. 슬랙에 올리는 업무 내용만 봐도 일에 대한 고민의 깊이가 다 드러나요. 굳이 근무 시간을 컨트롤할 필요는 없습니다."
코니바이에린은 좋은 상품 품질이 입소문 나면서 유명한 '육아템'이 됐다. 아기띠를 써본 사람들은 "어깨가 아프지 않아 아기띠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릴 정도"라고 말한다. 인스타그램 등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창업 첫해 4800개이던 판매량이 2018년엔 8만7000개, 지난해에는 21만9000개로 급증했다. 임 대표는 "거창한 꿈이 아니라 '아이를 키우면서 일을 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반응이 좋아 감개무량하다"고 했다.
김 이사는 "아기띠는 육아용품이기에 앞서 안전 제품"이라고 말한다. 아기의 안전과 직결되는 물품이기 때문이다. 그는 "베트남·중국 등에서 제품을 생산하면 비용은 절감할 수 있겠지만, 안전 관련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 서울에서 100% 생산하는 방식을 택했다"고 말했다. 코니바이에린은 다른 쇼핑몰이 아닌 자사 쇼핑몰에서 직접 제품을 판매한다. 이를 D2C(Direct-to-Consumer·소비자직판) 사업 모델이라고 한다. 수수료 등을 아껴서 비용 절감을 할 수 있고, 소비자들과 좀 더 밀접하게 의사소통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김 이사는 "홈페이지에 올라오는 구매 후기가 슬랙으로 자동 업데이트되고 알람이 온다"며 "지금 인터뷰 중에도 미국에서 구매한 손님의 후기가 올라왔다"고 했다. 임 대표는 "아기띠 외에도 스마트하면서도 품질 좋은 육아 제품을 더 다양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