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시작된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인민병원 소속 전문가들은 최근 의학 학술지인 '랜싯'에 투고한 논문을 통해 입원 시기에 따라 코로나19 환자들의 증상이 차이가 나는 것을 확인했고, 이에 따라 바이러스 전파 시기와 세대에 따라 특성도 달라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번 논문은 아직 논문 심사가 진행 중이며 게재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나중에 입원한 환자 증상 약해져
1월 23일 이전에 입원한 환자들의 경우 발열·피로·근육통 등 전신 증상이 훨씬 심했다.
이들은 나중에 입원한 환자들보다 가래 배출량이 적은 편이었으며, 림프구 숫자는 뚜렷이 감소했고 혈청 아밀로이드 A(SAA) 단백질 수치는 높았다.
이에 비해 기침·구역질·설사나 가슴 답답함 등은 두 그룹 사이에 별 차이가 없었다.
연구팀은 "바이러스의 전파 시간이 지나고 세대가 바뀜에 따라 코로나19 환자의 임상적 특성이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일부 환자는 퇴원 후에도 바이러스 양성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런 조사 결과로 볼 때, 최근에 감염된 환자들의 초기 증상은 좀 더 서서히 진행되는 것으로 보인다"며 "코로나19바이러스가 점차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 비슷하게 진화하는 것 같다"고 추정했다.
또, 퇴원 후에도 바이러스가 검출되는 것으로 보아서 장기간 사람의 몸에서 무증상 상태로 잠복하는 형태로 진화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아직은 조사한 환자 사례가 많지 않아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연구팀은 덧붙였다.
"아미노산 1개 다른 변종 존재"
연구팀은 103개 코로나19 바이러스 시료의 유전체(게놈)를 분석한 결과, 유전체 염기서열에 149개 돌연변이 지점이 존재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특히, 대부분의 돌연변이는 S형과 L형에 속하는데, S형은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거의 유사하지만, 우한 지역에서 유행한 L형은 전염력이 훨씬 강해졌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돌연변이로 유전자 염기서열에서 차이가 생기면서 L형과 S형 유전자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단백질은 아미노산 하나가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단백질을 아미노산이 연결돼 만들어지며,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 종류와 순서는 유전자의 염기서열이 결정한다.
이와 관련 한명국 질병관리본부 바이러스분석과장은 지난 5일 충북 오송에서 열린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브리핑에서 "중국과학원이 유전자 변이에 따라 바이러스를 두 그룹으로 나눌 수 있다는 결과를 발표했는데, 이런 분류는 우리도 확인했다"면서 "전파력에 대해서는 더 과학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미노산 바뀌면 다른 세포도 공격
사람이나 동물의 세포 수용체와 결합하는 부위인 이 스파이크 단백질의 아미노산이 3개만 바뀌어도 전혀 다른 세포를 공격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네덜란드 위트레흐트 대학과 미국 식품의약처(FDA) 연구진이 지난 1월 바이러스 학술지(Journal of Virology)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닭의 호흡기 섬모 상피세포에 감염하는 감염성 기관지 바이러스(IBV)가 신장(콩팥)에도 감염할 수 있는 것은 아미노산의 변화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신장에 결합하는 바이러스와 결합하지 못하는 바이러스 변종을 서로 비교했다.
연구팀이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 부위를 비교한 결과, 신장에 결합하지 못하는 변종의 바이러스 단백질이라도 아미노산 서열 중에서 3개만 교체하면 신장에 붙을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처럼 일부 돌연변이가 발생하면 바이러스의 특성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예일대 공중보건대학 네이슨 그루보 교수는 지난달 네이처에 기고한 글에서 "2002~2003년 유행한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바이러스의 경우 발병 초기에 유전체 일부가 떨어져 나가고, 스파이크 단백질에 돌연변이가 발견됐는데, 이는 바이러스가 인간에 적응하는 과정임을 암시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루보 교수는 "코로나19 바이러스도 비슷한 방식으로 인간에 적응할 수 있지만, 더 치명적이 될 것 같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일반적으로 바이러스의 경우 독성이 강해지면 너무 독성이 강하면 감염자가 너무 심하게 앓아 다른 사람에게 퍼뜨릴 수 없기 때문에 전염력은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