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5일 경기도 과천시 신천지 본부에 대한 행정조사를 진행해 신도 및 교육생 명단, 예배별 출석 기록, 시설 주소 정보 등을 확인했다. 신천지 제공 자료의 진위 확인 및 보강자료 확보를 위한 조치다.
과천본부서 신도 명단 등 확인
검찰선 포렌식 요원·장비 지원
추미애가 인용한 ‘86% 찬성’ 설문
전문가 “해당 질문 자체가 편향적”
신도 명단 확보 방식에 대한 갈등은 추 장관이 지난달 28일 검찰에 신천지에 대한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 검토 지시를 공개적으로 하면서 비롯됐다. 하지만 검찰은 “신천지의 협조를 얻으려면 강제수사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중대본 입장을 확인한 뒤 강제수사를 자제했다. 지난 2일 김강립 조정관이 이 입장을 공개 천명하면서 강제수사 필요성은 사라진 듯했다.
하지만 4일 추 장관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능후 장관도 강제수사를 요청했다”고 밝히면서 상황이 다시 꼬였다. 중대본 공식 입장을 중대본 1차장인 박 장관이 뒤집은, 이례적인 일이 발생한 것이다.
그러는 동안 사안은 정치공방으로 비화했다. 권성동 미래통합당 의원은 “초기 대응을 잘못한 정부가 신천지에 책임을 전가하기 위해 압수수색을 지시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 정점식 의원도 “법무부 장관이 특정 사건에서 압수수색을 지시한 적이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추 장관은 “국민의 86.2%가 압수수색에 찬성한다는 여론조사도 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해당 조사 내용이 확인되면서 논란이 오히려 커지고 있다. 해당 여론조사는 질문이 “정부가 신천지 측으로부터 받은 신도 명단의 신뢰성에 대한 논란이 있다. 다음 중 어느 주장에 공감하느냐”였고, 보기로 ‘① 믿을 수 없는 명단이니 압수수색해야 한다’ ‘② 믿을 수 있는 명단이니 압수수색은 과도하다’ ‘③ 잘 모르겠다’의 세 가지가 제시됐다.
김석호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논란이 있다는 전제 자체가 명단이 허구일 가능성을 전제했기에 유도 질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명단을 믿을 수 없더라도 압수수색은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여론조사 문항은 논란 소지를 최소화해야 하므로 압수수색에 대한 찬반만 물어봤어야 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애초부터 강제수사의 실효성이 없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변호사는 “수사로 확보한 자료는 재판에서만 사용돼야 하며 다른 기관과 공유하는 건 불법”이라며 “압수수색으로 신천지 신도 명단을 확보한다 해도 중대본 등에 넘겨줄 수 없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검찰도 “중대본의 행정조사를 통한 신천지 명단 확보가 가장 실효적 조치”란 입장을 견지해 왔다.
정종훈·박해리·정진호·박태인 기자 sakeho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