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유전체 편집 전문기업 에디타스 메디신은 “유전 질환으로 앞이 보이지 않는 환자의 눈 속에 직접 유전체를 교정 하는 크리스퍼를 넣는 임상시험을 진행했다”고 4일(현지시각) 밝혔다. 수술은 미국 오리건보건과학대학 케이시 안과연구소에서 진행됐다. 수술 대상은 선천적인 시각장애가 있는 레버선천흑암시(Leber congenital Amaurosis) 환자다. 이 질병은 ‘RPE65’라는 유전자 결함으로 망막에 손상이 발생해 일어난다. RPE65 유전자가 손상되면 망막의 광수용체에 필요한 비타민A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망막이 받아들인 빛을 전기신호로 바꿔 제대로 뇌에 전달하지 못한다.
미국 오리건 대학에서 안과 수술
임상성공 여부는 한 달 뒤 확인
간 등 다른 신체로 확대될지 주목
이번 수술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인체에 직접 전달한 최초의 임상이다. 2018년 유전 질환인 헌터증후군 환자의 간에 1세대 유전자 가위인 ‘징크 핑거 뉴클레아제’(ZFN)가 주입됐지만 추후 큰 효과를 입증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유전체 교정은 교정이 일어나는 위치에 따라 크게 ‘체내 유전체 교정’과 ‘체외 유전체 교정’으로 구분된다. 체내 교정은 바이러스 등을 이용해 체내에 직접 유전자 가위를 전달함으로써 몸 안에서 유전자 교정이 일어나게 하는 방법이다. 체외 교정은 몸 밖으로 세포를 꺼내 교정한 다음 그 세포를 다시 주입하는 식이다. 사람의 몸이 유전자 가위에 대해 면역 거부 반응을 일으킬 위험이 있기 때문에 유전자 편집 임상은 그간 체외 교정 위주로 진행됐다.
이번 임상의 결과가 성공적일 경우 향후 안구와 관련한 질환뿐 아니라 다른 신체 조직까지 확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눈이나 관절은 이식한 조직을 배제하려고 일어나는 ‘면역 거부 반응’이 거의 없는 조직이기 때문에 유전자 가위 기술을 적용하기가 용이한데, 이런 조직이 성공한다면 상대적으로 까다로운 간이나 근육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2017년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안구 내 망막색소 상피세포에서 혈관내피성장인자가 병적으로 증가해 발생하는 질환인 노인성 황반변성에 적용한 동물 실험이 있었다.
당시 연구와 실험을 주도했던 김진수(55) 기초과학연구원(IBS) 수석연구위원 겸 서울대 겸임교수는 “이번 임상 결과를 보고난 후에는 노인성 황반변성 등 환자가 많은 질환에도 적용해 볼 수 있다”며 “눈이나 관절부터 시작해 점점 다양한 조직에서 발생하는 여러 질환으로 대상을 늘려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