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서울 강동경찰서와 강동소방서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3시2분 강동구 고덕동 상가주택 3층 한 가구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4층 주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에 의해 불은 19분 만에 진압됐지만, 자매(4살, 7살)와 이종사촌(4살) 아이가 숨졌다. 사인은 질식사로 추정된다. 재산 피해는 2300만원가량에 달한다.
화재 직전 집 안에는 사망자 3명뿐만 아니라 자매의 오빠(8)와 이들의 어머니도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아이 4명이 서로 심하게 다퉜고 오후 2시44분 어머니가 자매의 오빠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그 18분 후 집에 남겨진 아이 3명이 참변을 당한 것이다. 사고 주택은 아이들의 외할머니 집이었다.
외할머니·외할아버지도 부재중
그럼 사고 당일 왜 아이들이 외할머니 집에 모인 걸까.
자매 등의 어머니가 이사를 앞두고 이삿짐(옷가지 등)을 줄이기 위해 아이들과 함께 외할머니 집을 방문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이에 앞서 이종사촌 집에 들러 이 아이를 픽업해왔다고 한다. 아이들이 비슷한 또래라 서로 놀게 할 목적도 있었다는 게 경찰의 조사 내용이다.
경찰 “신종코로나로 모인 건지는 불분명”
사고 다음 날인 이날 오전에는 경찰과 소방당국 등이 합동 감식을 진행했다.
사고 주택 출입문 주위 벽과 바닥에는 그을음이 있었고 탄내가 났다. 현장감식을 지켜본 주민들은 탄식을 쏟아냈다. 이모(77)씨는 “외할머니가 평소에도 유모차를 끌고 다니며 아이들을 지극 정성으로 돌봤는데 이런 일이 터져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인근 미용실 주인은 “외할머니가 평소에 열심히 일하셨는데 왜 이런 분에게 비극이 일어났는지…”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한 공인중개사는 “너무 끔찍한 일이 벌어져 외할머니를 뵈면 아무런 말을 하지 못할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전기난로 엎어져 바닥에 불 붙었나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전기난로가 넘어져 바닥부터 화재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며 “전기난로가 넘어지면 전원을 자동으로 차단하는 안전장치가 돼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잔여 열에 의해 불이 붙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민중·이가람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