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참에 광주에서 퍼지게 하고 봉쇄시킨 후 땅크로 싹 다 밀어 죽여야 된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다. 2003년 192명이 승객이 사망한 대구 지하철 참사의 방화범 김모(당시 56세)씨를 투입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종식해야 한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5‧18 민주화 운동 때처럼 광주를 봉쇄시키고 탱크를 투입해야 한다는 글도 게재됐다.
코로나19 확진자가 5300명을 넘어서고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환자가 급증하면서 특정 지역에 대한 혐오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는 지난 2일 이와 같이 코로나19 관련 특정 지역에 대한 혐오 표현 및 차별‧비하 내용을 담은 정보 6건을 삭제하기로 결정했다.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에 대해서는 삭제 조치를 통보하고, 해외 사이트의 경우 접속 차단이 이뤄진다.
지역 차별 발언, 명예훼손 인정 어려워
작성자에 대한 처벌도 사실상 어렵다. 방심위 관계자는 “우리에게는 수사 권한이 없고, 경찰에 수사 의뢰한다고 해도 단순히 지역 비하 내용 자체만으로는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과거 비슷한 혐의로 수사를 받은 이들은 대부분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검찰은 지난 2015년 ‘좌익효수’라는 아이디로 온라인에서 활동한 전직 국가정보원 직원이 “‘전라도 인들은 전부 씨족을 멸해야 한다” 등의 글을 올린 데 대해 무혐의로 판단했다. 집단 내의 특정한 구성원을 지칭하지 않는 한 명예훼손이나 모욕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가 인터넷 방송 진행자를 향해 “죽이고 싶은 빨갱이”라고 말한 건 모욕죄가 적용됐다.
검찰은 또 ‘이부망천’(이혼하면 부천 살고, 망하면 인천 산다) 발언으로 고발당한 정태옥 미래통합당 의원에게도 2018년 역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대상이 막연해 피해자가 특정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해외에서도 잇따르는 코로나 發 동양인 혐오
영국 BBC에 따르면 싱가포르 출신 유학생이 지난달 24일 런던 한복판에서 “코로나가 싫다”며 집단 폭행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팔레스타인에서는 지난 1일 일본인 여성이 “코로나”라는 조롱을 들으며 폭행당했다고 일본 요미우리신문가 전했다.
지역 혐오에 대해서는 규제보다는 자정 작용이 최선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대한감염학회를 비롯한 범학계 코로나19 대책위원회는 “특정 집단에 대한 낙인과 차별은 효율적인 방역 대응을 어렵게 한다”며 “더 이상의 전파를 막고 우리 공동체의 우려를 완화하기 위해 지역 주민 서로 신뢰와 연대감을 강화해 달라”고 당부했다.
안토니오 구테헤스 UN 사무총장 역시 지난달 25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우리가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낙인과 차별이 아닌 과학과 사실에 의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움직임도 포착됐다. 국내 유명 유튜버들이 소속된 회사로 구성된 한국MCN협회가 스스로 나선 것이다. 협회는 코로나19와 관련한 구독자 및 조회 수 확보, 광고수익을 창출하려는 일부 1인 미디어 및 관련 회사들의 일탈에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박성조 협회장은 “단기적으로는 코로나19 극복과 관련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장기적으로는 자율규제 심의를 전문가들과 사회적 합의 측면에서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