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7시간동안 80장···마스크 품귀에 엄마는 재봉틀 꺼냈다

중앙일보

입력 2020.03.0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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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진천군자원봉사센터 봉사단 소속 회원들이 만든 면 마스크. [사진 진천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마스크 품귀 현상이 벌어지는 가운데 충북 진천의 한 주부 봉사단이 직접 마스크를 만들어 무료 보급에 나섰다. 원단 구매부터 모양 잡기와 박음질, 필터를 부착하는 마감 작업까지 모두 손으로 한다. 
 
4일 진천군자원봉사센터에 따르면 이 센터 봉사단 소속 주부 5명과 직원 등은 지난 2일부터 마스크를 직접 만들고 있다. 면으로 된 원단을 잘라 마스크를 만들고, 여기에 KF94 인증을 받은 필터를 장착한 면 마스크다. 면 마스크에 바이러스 차단 효과가 있는 필터를 수시로 끼울 수 있어 여러 번 사용이 가능하다. 센터는 소외계층에 마스크1개와 필터 10개를 무료 보급할 계획이다.

진천군자원봉사센터 회원 수제 면 마스크 제작 나서
면 마스크에 KF94 필터 장착…바이러스 차단 효과
"느리지만 도움주겠다" 200장 취약계층 무료 보급
필터 판매업자 취지 공감, 30만원 원단 덤으로 줘

이은미 군자원봉사센터 팀장은 “고령의 어르신들이 마스크를 구할 수 없어 마스크를 재활용해서 며칠씩 쓰고 다니시는 모습이 안타까웠다”며 “서울보건환경연구원에서 최근 정전기 필터를 장착한 면 마스크도 바이러스 차단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봉사단원 중에 마침 의류제작을 공부하는 ‘패션의 나래짓’ 동아리 회원들이 있어 수제 면 마스크 제작에 나섰다”고 했다.

충북 진천군자원봉사센터 봉사단 소속 회원들이 면 마스크를 만들고 있다. [사진 진천군]

 
이들은 지난 2일부터 진천여성회관에 모여 마스크를 만들고 있다. 애초 10명이 참여하려 했으나, 신종코로나 확산 우려에 따라 제작 인원을 5명으로 줄였다. 마스크 제작은 면 원단에 패턴을 그려 천을 자른 뒤 재봉 작업을 하는 것으로 1차 작업이 끝난다. 이후 귀에 걸 수 있는 고무밴드를 붙인 뒤 다림질을 통해 빳빳하게 마감한다. 마스크 중간에 필터를 넣을 수 있는 구멍도 만들었다.
 
모든 작업을 손으로 하다 보니 작업 속도는 더디다. 3일 오전 10시부터 7시간 동안 마스크 80여장을 만들었다. 봉사단은 마스크 200장이 제작되는 대로독거노인이나 취약계층에게 우선 전달할 예정이다. 패션의 나래짓 회원인 전인옥(60)씨는 “평소 부직포와 면으로 된 마스크를 직접 만들어 썼었는데, 필터를 단 면 마스크도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재능 기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마스크를 받은 주민들이 신종코로나에 걸리지 않고 건강하게 지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스크 재료 구매과정에서 도움을 준 사람도 있다. 봉사단이 면 마스크를 만들어 무료로 보급하겠다는 취지를 전달하자, 필터 원단 판매업자가 30만원 상당의 필터 원단 10장(가로 10m, 새로 20㎝)을 공짜로 줬다. 면 마스크에 끼울 필터 수백개를 만들 수 있는 분량이다.

충북 진천군자원봉사센터 봉사단에서 만든 마스크. [사진 진천군]

 
군자원봉사센터관계자는 “요즘 마스크뿐만 아니라 마스크를 만드는 원재료까지 품귀 현상을 빚고 있어 필터를 구하는 데 애를 먹었다”며 “더 비싼 값을 불러 팔 수 있었음에도 필터 원단을 무료로 지원해 주는 바람에 더 많은 마스크를 만들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 강동구 부녀회는 지난달 필터를 바꿔 쓸 수 있는 아동용 천 마스크 500여 개를 만들었다. 이 마스크 보급에 앞서 서울보건환경연구원은 수제 마스크에 관한 차단 효과를 시험했다. 분진포집효율 시험 결과, 수제 필터 면 마스크는 평균 80~95% 차단 효과가 있었다.
 
진천=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