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국 전 장관을 비판한 계기는 뭔가.
- “조 전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한 게 뭐가 있나. 그는 적폐청산의 컨트롤 타워라 자임했다. 그러나 어떤 개혁작업을 했는지 모르겠다. 참여연대에서 지난해 초 적폐청산 과제들에 대한 이슈 리포트를 작성했는데, 계량화를 한다면 (조 전 장관은) 낙제점을 받았을 것이다. 조 전 장관은 능력 측면에서 부적격이었다. 그런데 웅동학원, 사모펀드 의혹 등이 터져나왔다. 회계사 시각에선 쉴드(옹호)가 불가능했다. 처음엔 당황스러웠는데, 점점 이질감을 느끼면서 분노가 치밀었다.”
릴레이 인터뷰 1
김경률 전 참여연대 집행위원장
"주체사상 ‘수령 무오류성’ 영향?
자기들 잘못 없다고 끝까지 우겨
노무현 정부였으면 사과했을 것"
- 조국 사태를 계기로 진보 진영에서 다른 목소리가 들린다.
- “진보 세력의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른바 진보를 자처하는 세력, 좁혀 보자면 조 전 장관을 옹호하는 세력은 위선이란 말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그들은 ‘자한당(미래통합당)+위선’이다.”
- 조 전 장관은 진보의 기준으로 어떤 인물인가.
- “조 전 장관을 비롯해 현 정부 인사를 진보의 범주에 넣을 수 있을지도 회의적이다. 3년 집권 기간 그나마 한 게 최저임금 인상인데, 이건 지난 대선 때 홍준표 후보 등 다른 모든 후보도 공약했다.”
그러면서 김 전 집행위원장은 “조 전 장관과 집권 세력은 진보를 참칭했다”며 “그들에게 진보는 권력과 이권을 매개로 한 동아리가 이익을 위해 지은 이름”이라고 말했다.
- 진보 진영에서 조 전 장관을 비호한 이유는 뭘까.
- “조 전 장관을 위시한 이들이 다른 정치세력과 이념으로 구분 지을 수 있는 정체성은 없다. 심한 비유지만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은 (조직폭력배인) 서방파와 국제PJ파와 같다. 권력과 이권을 매개로 한 가족공동체라는 점에서다. 조국 전 장관 공소장에도 많이 나온다. ‘이번 정부를 위해서 유재수 전 부산 경제 부시장을 보호해야 한다’‘금융권을 장악하기 위해서라면’ 등은 뒷골목 깡패와 뭐가 다른가.”
김 전 집행위원장은 조 전 장관을 비판하는 글을 쓴 뒤 386세대 선배로부터 전화를 많이 받았다고 했다. 그는 “선배들이 ‘경률아, 문제의식은 이해하는 데 부탁이다, 선을 넘지 마라. 저쪽으로 가지 말라’고들 했다”며 “시민단체에게 넘지 말아야 할 선은 없다. 비판하지 못하게 입에 재갈을 물리는 걸 두려워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조국' 두 글자 대신 '최순실'을 갖다 넣으면 어땠을까. 시민단체와 진보인사들에게 그걸 물어보고 싶다“고 했다.
- 과거 운동권의 NL대 PD 같은 대립이 현재 진보진영에 있나.
- “그렇지 않다. 조 전 장관은 NL과 PD도 아닌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노맹) 출신이잖나. 하지만 조국 사태에서 NL의 잔상이 느껴졌다. NL의 정치 이념적 기반은 주체사상이고, 주체사상의 하나가 ‘수령의 무오류성’이다. 현 집권 세력은 사과를 한 번도 안 했다. 유재수 무마 의혹, 울산 선거 개입 의혹에도 청와대는 핏대를 곤두세우며 윽박질렀다. 지금도 자기들은 잘못한 게 없다고 한다. 과거 김대중ㆍ노무현 정부에선 그러지 않았다. 적절한 시점에 잘못한 것을 인정하고 검찰 수사에 맡겼다."
- 임미리 교수 칼럼을 민주당이 고발했다.
- ”너무 부끄러웠다. 여기가 중국인가, 북한인가. 이명박ㆍ박근혜 정부 때도 벌어지지 않았던 일이다. 홍세화 선생도 당시 더 살벌한 칼럼을 썼지만, 아무 일이 없었다. 스스로 민주주의라 부르는 정부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다. 이런데도 정부를 옹호하는 시민사회는 뭔가. 권력에 굴종하는 것이다.“
-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의 공통점과 차이점이라면.
- “사람이 같으면서 다르다. 노무현 정부 때 비서관ㆍ행정관이었던 이들이 문재인 정부에선 권력의 핵심이 됐다. 한편에선 박근혜 정부와 비슷한 일도 적지 않다. 예를들면 인터넷은행 설립이다. 박근혜 정부 당시 민주당은 우리(참여연대)와 함께 반대했다. 그런데 현 정부에서 그걸 허용했다. 박근혜 정부 때 추진했던 내용 그대로다.”
- 진보는 분열하나.
- “진보의 분열이 아니라 가짜 진보의 멸망이다. 386으로 명명한 진보의 생명력은 끝나고 있다. 퇴장해야 한다.”
- 그럼 보수로의 회귀인가, 진짜 진보의 부상인가.
- “386은 진보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걱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건 이후 세대에게 맡겨야 한다. 그들은 능력이 충분하다.”
특별취재팀=이철재·유성운·김민상 seaja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