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비례대표공천관리위원회(비례공관위·위원장 우상호 )는 2일부터 4일까지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비례대표 후보 면접을 실시하고 있다. 공모 신청자 130명 중 서류면접을 통과한 40여명이 대상이다.
그런데 '친문 핵심' 최재성 민주당 의원이 지난 2일 "민주당이 비례공관위 자체를 해체하고 단 한 명의 비례 후보도 내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이 비례 후보를 내지 않는 대신 지역구는 민주당이, 정당투표는 원외 소수정당이 받도록 하자는 얘기다. 이 방안이 현실화되면 18대1(비례 신청자 130명 중 당선권 7석 감안)의 경쟁률을 뚫고 민주당 비례대표 후보가 되더라도 정작 공천을 못 받는 일이 벌어지게 된다.
청년 정치인들 사이에선 곧바로 볼멘소리가 나왔다. 이미 면접을 치른 한 비례 후보는 "비례대표 되려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기다리는데 후보를 안내면 우리는 어떻게 되느냐. 최 의원이 자신은 당사자가 아니라고 너무 쉽게 말하는 거 아닌가"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①갈 곳 없는 당내 청년·여성 정치인
영입 인사들도 민주당이 연합 정당에 참가하며 비례대표 후보를 내지 않으면 갈 곳을 잃게 된다. 최 교수, 김 전 부사령관 외에도 일반경쟁분야에서 원옥금 주한베트남교민회 회장(다문화), '태호엄마' 이소현씨(안전), 이경수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부총장(과학기술)이 비례 공모에 참가했다. 역시 비례 후보에 공모한 성치훈 전 민주당 서울시당 대학생 위원장은 전날 "당이 지켜야 할 것은 의석수가 아닌 가치"라며 민주당의 비례 정당 연계 움직임을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비례대표 출마를 고려했던 민주당 여성 당직자의 출마 포기 선언도 나왔다. 김재수 민주당 원내행정기획실장은 3일 "사무직당직자 비례대표제도는 훈련된 미래 정치인을 배출하는 제도지만 당 방침은 그런 취지와는 달리 결정됐다. 서운함과 함께 자존감에 상처를 받았다"며 비례 불출마를 선언했다.
②비례 청년 몫 없는 것도 불만
민주당 비례공관위 관계자는 "국민공천심사단 투표는 자격심사 성격이기 때문에 해당 점수는 중앙위 투표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했다. 한 비례 후보는 "중앙위가 당락을 결정할 것이라면 국민공천심사단 투표를 왜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③'플랫폼 비례 정당' 일말 기대하지만
진보개혁 진영 시민단체들이 주도하는 비례대표용 위성정당 ‘정치개혁연합’(가칭)은 3일 오전 중앙선관위에 창당준비위원회 신고서를 냈다. 정치개혁연합으로부터 참여를 제안받은 민주당은 비례 정당에 합류하는 쪽에 무게중심을 두고 여러 가능성을 검토 중이다.
이와 같은 플랫폼 정당이 구성될 경우 민주당 소속 비례 후보는 나오지 않는 대신 비례 후보를 플랫폼 정당에 '이적'하는 방식이 된다. 이와 관련해 한 청년 비례 후보는 "방식이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청년민주당을 만들어서 후보를 옮기는 방법도 지도부에 계속 전달하고 있다"고 했다.
현실적 문제는 남는다. 플랫폼 정당이 오는 16일까지 중앙선관위에 비례대표 공천방식을 제출하고 26~27일까지 비례 후보를 등록해야 해서 시간이 촉박하다는 점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비례 정당의 당선권이 20석이라 본다면 어느 당 후보를 앞번호에 배치할 것인지 이견이 난무할 것이어서 단시간 내에 조율되기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