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당국은 일단 북한의 이번 단거리 발사체를 지난해 수차례 시험 발사한 초대형 방사포와 같은 종류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구경 600㎜급 발사체가 4개 발사관이 탑재된 이동식 발사차량(TEL)에서 등장한 모습이 지난해 10월 31일과 11월 28일 것과 유사하다는 점에서다. 북한은 이들 두 차례 시험을 포함해 지난해 8월 24일과 9월 10일에도 초대형 방사포를 발사했다고 주장했다.
실전부대 훈련 과정에서 동원
지난해엔 시험 발사 성격 명확
저고도 궤적으로 요격 어려움
군 당국과 전문가들은 북한이 거듭된 시험 발사를 통해 동시다발적 사격이라는 방사포의 장점을 점차 구현해나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북한은 지난해 8월 24일, 9월 10일, 10월 31일, 11월 28일 등 4차례 초대형 방사포를 시험 발사했는데, 연발 사격 시간은 17분, 19분, 3분, 30초로 줄어드는 추세를 보였다. 지난 2일 연속으로 2발 사격된 발사체는 20초로 간격이 지난해보다 더 줄었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발사 간격이 30초 이하가 돼야 동시다발적 사격이라는 방사포의 장점을 살릴 수 있다”며 “방사포가 커지면 사격 후 진동도 커져 시간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발사간격이 20초라는 점에서 실전 투입이 가능한 방사포 능력이 검증됐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번 발사가 실전 대비 훈련에서 이뤄졌다는 점 역시 눈여겨볼 대목이다. 지난달 29일과 3일 북한 매체의 보도를 보면 동계훈련의 평가 일환으로 합동타격훈련이 지난달 28일 치러졌고 이후 화력타격훈련에서 방사포가 투입된 것으로 파악된다. 시험 발사와는 다른 개념이라는 얘기다.
과거 방사포 시험발사 때 북한 보도 내용을 보면 이 차이는 더욱 뚜렷해진다. 지난해 11월 28일 방사포의 경우 북한 매체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개발자들과 함께 국방과학원의 시험사격을 참관했다고 표현했다. 반면 이번 보도에서 김 위원장은 박정천 군 총참모장을 주축으로 전선장거리 포병구부대의 화력타격훈련을 지도했다고 나온다.
류 위원은 “실제 작전을 수행하는 부대가 무기체계를 지원받아 훈련에 나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전선장거리 포병구부대라는 명칭도 눈에 띈다. 이에 대해 군 안팎에선 북한이 전술, 작전, 전략으로 나뉘는 무기체계의 성능 기준 중 초대형 방사포에 대해 작전적 의미를 부여하고 실전 역할을 맡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 매체가 공개한 사진에서 볼 수 있듯 이번 발사가 산악 지형에서 실시된 것 역시 실전 능력을 강조한 내용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북한이 해당 무기를 비행장이나 그 인근 등에서 발사한 것과는 확연한 차이다. 기술적 지원이 가능한 곳에서 시험 발사를 진행하다가 훈련용으로 목적이 발전한 것 아니냐는 의미다.
북한은 지난해 11월 28일 "초대형 방사포의 전투 적용성을 최종 검토하기 위한 데 목적을 두고 진행된 이번 연발시험사격을 통하여 무기체계의 군사 기술적 우월성과 믿음성이 확고히 보장된다는 것을 확증하였다"고 밝혔다. 당시 이를 놓고 “초대형 방사포가 실전 배치를 염두에 둔 최종 성능검증 단계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나왔다. 북한 매체는 이번 발사에 대해선 “김 위원장이 전선장거리포병들이 그 어떤 정황에도 신속하게 대응하여 자기의 화력전투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할 수 있게 준비되어 있는 데 대해 대만족을 표시하시었다”고 전했다.
군 안팎에선 초대형 방사포의 실전 배치가 실제 이뤄진다면 한국 방공망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상당하다. 지난 2일 발사체는 35㎞ 고도로 240㎞를 비행했다. 고위력의 탄두를 갖춘 방사포가 이 같은 저고도로 날아온다면 요격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상승과 하강 단계가 명확한 탄도미사일보다 대응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정용수·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