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27일 이른바 ‘전두환 추징법’으로 불리는 공무원 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공무원 범죄 몰수법) 제9조의2에 대해 6:3으로 합헌 결정을 했다. 2013년 7월 처음 만들어진 이 조항은 2015년 서울고법에서 위헌 여부를 가려달라고 헌재에 제청한 지 5년 만에 합헌 판단을 받았다. 이날 헌재 판단에 따라 멈춰있던 전두환(89) 전 대통령 재산 추징과 관련한 다수의 소송이 다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 땅 압류에 “관련 땅인지 몰랐다” 주장한 박씨
박씨는 “전 전 대통령 관련 땅인지 몰랐다”고 주장하며 법원에 이의신청을 냈다. 그리고 이 조항이 헌법에 위배된다며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 2015년 서울고법은 이를 받아들여 헌재의 판단을 받아보자고 결정했다. 당시 법원은 제3자의 재산을 추징하면서 사전에 청문 절차도 거치지 않는 등 적법절차가 보장되지 않았고, 조항이 제3자의 재산권을 과다하게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헌재 “불법 재산 환수, 공직 부패 제거 중대 의미”
제3자에 대한 과다한 재산권 침해라는 주장도 인정하지 않았다. 물론 제3자가 재산권을 제한당하는 측면은 있지만 이보다 불법재산을 환수해 얻을 공익이 훨씬 크다는 판단이다. 공무원이 부패범죄로 불법재산을 쌓았다면 추적이나 환수를 피하려고 제3자 명의로 위장해 보유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범죄수익은닉규제법 같은 현행법만으로는 제3자에게 넘어가 있는 불법재산을 몰수하거나 추징할 수가 없다. 헌재는 “현행법상 다른 절차만으로는 범인이 사정을 잘 아는 제3자에게 불법 재산을 넘기는 위법상태를 바로잡을 수 없는 부당한 결과가 생긴다”며 이 조항이 필요한 이유를 판결문에 담았다.
헌법연구관 출신 변호사는 "이 사건은 헌재에서 가장 오래된 사건으로 분류됐었는데, 여론을 의식한 결론 아닌가 하는 생각은 든다"고 비판했다. 그는 "결국 추징을 검사의 재량에 맡기고, 사후적으로 다퉈보라는 건데 추징당하는 제3자는 '몰랐다'를 입증하는 게 만만치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이선애 이종석 이영진 재판관 반대의견
이어 제3자 재산권에 대한 제한도 과도하다고 판단했다. 법에서 말하는 ‘불법재산’ 및 ‘그로부터 유래한 재산’은 광범위하고, 불법재산과 그렇지 않은 재산이 복합적으로 있다면 이를 어떻게 정확하게 구분할 것인지 의문스럽다고 판단했다. 한편으로는 ‘혹시 모를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선의의 제3자’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짚었다. 진짜 불법재산인 줄 모르고 샀다가 추징당하는 경우 말이다.
5년만의 결론, 멈춰있는 전 전 대통령 재판은
전 전 대통령의 소송을 대리하는 정주교 변호사는 이날 “연희동 사저는 불법재산에서 유래된 게 아니니 추징 대상이 아니라는 게 주된 입장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헌재 결정에 따라 앞으로 재판이 열릴 텐데, 사저가 불법재산에서 유래된 것인지 아닌지가 쟁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