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빵집' 어디로···갤럭시S20 보조금 반토막 났다, 왜

중앙일보

입력 2020.02.27 14:22

수정 2020.02.27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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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새 스마트폰인 '갤럭시S20' 시리즈가 27일부터 사전 예약자를 대상으로 개통되기 시작했다. 갤럭시S20는 '삼성전자가 새로운 10년을 시작하고 있다(블룸버그)', 'S20 울트라 모델은 지나칠 정도로 성능이 탁월하다(CNBC)' 등의 찬사 속에 화려하게 데뷔했다. 하지만 20일부터 시작된 사전 예약 기간 기대했던 것만큼 흥행 돌풍을 일으키진 못했다. 
 

갤럭시S20

 

갤S20 예약자 수 약 40만명…노트10의 절반 수준   

통신업계에 따르면 이동통신 3사를 통해 사전 예약한 예약자 수는 총 40만명 정도다. 이는 삼성전자가 홈페이지나 하이마트 등 오프라인 매장에서 예약 판매한 수치는 포함되지 않은 수치다. 복수의 통신업계 관계자는 “26일까지 사전 예약자를 집계한 결과 지난해 출시한 갤럭시S10과 엇비슷한 정도"라며 "지난해 하반기 출시한 갤럭시 노트10과 비교하면 ‘반토막’ 수준”이라고 말했다.  
 
코로나 19로 이통사 대리점이나 판매점, 전자 상가 등 오프라인 매장이 한산한 탓도 있지만, 업계에선 낮아진 보조금을 주원인 중 하나로 꼽는다. 실제 이통3사는 갤럭시S20에 대해 공시지원금을 대폭 하향했다.
  

KT는 27일 갤럭시S20 출시를 기념해 오프라인 대신 온라인으로 출시 행사를 열었다. [사진 KT]

 

갤S10은 54만6000원, 갤S20은 24만3000원   

세계 최초 5G 스마트폰으로 주목받았던 지난해 갤럭시S10의 경우, 이통 3사가 경쟁적으로 ‘보조금 폭탄’을 쏟아부었다. 갤럭시S10을 통해 5G 가입자를 유치해 5G 점유율을 키우겠다는 전략 때문이다. 이때문에 당시 갤럭시10에 대한 공시지원금은 최대 54만6000원(SK텔레콤)까지 치솟았다. LG유플러스가 공시지원금으로 47만5000원을 책정하자, SK텔레콤이나 KT가 출시 당일 오후 기습 인상에 나선 결과다.   


여기에 이통사 대리점이나 스마트폰 판매점은 공시지원금의 15%를 추가 지원금으로 제공할 수 있다. 이통사가 54만6000원의 공시지원금을 지원하면 소비자가 받을 수 있는 지원금 혜택은 62만7900원까지 커진다. 당시엔 여기에 불법 보조금까지 얹어주는 경우가 있어 ‘빵집(0원 매장)’ 사태가 불거지기도 했다. 노트10의 경우도 이통사별로 최대 42만~45만원의 공시지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갤럭시S20의 경우, 최대 공시지원금은 24만3000원(KT)에 묶여있다. LG유플러스가 20만2000원, SK텔레콤이 17만원 수준이다. 모두 이통사 별 최고가 요금제 가입 조건이다.  
 

이통3사 지난해 영업이익 줄어 보조금 경쟁 안 해  

한 이통사 임원은 이에 대해 “지난해 5G가입자 유치 경쟁을 하며 리베이트(판매장려금) 등 마케팅비 과다 지출로 이통3사가 모두 실적에 큰 타격을 입었다”며 “올해는 3사 모두 실적을 관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SKT(-7.6%), KT(-8.8%), LG유플러스(-7.4%) 등 3사 모두 8% 안팎의 손실을 기록했다. 여기에 연초부터 코로나19도 영향을 미쳤다. 또 다른 이통사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국가적인 비상 상황에서 이통사가 보조금 인상 경쟁에 나섰다 ‘역풍’을 맞을 수 있어 너나없이 몸 조심 중"이라고 말했다.   
 

갤럭시S20 사전판매 안내. 뉴스1

 
삼성전자로선 발등에 불이 떨어진 형국이다. 당장 이통사에는 “사전 예약 기간을 연장해 달라”고 요청했다. 삼성전자는 26일까지로 예정된 사전 예약 기간을 일주일 연기해 내달 3일까지로 연장했다. 이에 대해 통신업계 관계자는 “갤럭시S20은 올 한해 삼성전자 스마트폰 판매의 향방을 가를 신호탄적 성격을 띠고 있다”며 “예판 연장은 여느 때보다 낮은 단말 보조금과 마케팅 활동 위축, 소비심리 침체의 위기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자구책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김경진 기자 kjin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