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통신의 보도 이후 피해를 공개한 여성은 27명이다. 이들은 도밍고가 LA오페라단과 워싱턴 내셔널 오페라단의 감독으로 있던 시절 성희롱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밤늦은 전화부터 원치 않았던 성관계까지 다양한 내용의 증언이 이어졌다. 도밍고가 막강한 오페라단에서 캐스팅, 제작 권한을 가지고 있었던 때였기 때문에 더욱 문제가 됐다. 도밍고는 워싱턴에 1996~2003년 예술감독, 2003~2011년 총감독으로 있었고 LA오페라단에는 1980년대부터 2003년까지 예술감독,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총감독을 맡았다.
도밍고는 AGMA의 발표 직후 “깊이 사과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지난 몇달 동안 많은 동료가 제기한 의혹을 놓고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여성들을 존중한다. 그들에게 내가 깊이 미안해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 나는 행동에 큰 책임을 느끼며 이 경험을 통해 성장했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는 같은 날 도밍고가 입막음을 위해 AGMA에 50만 달러(약 6억800만원)을 기부 형식으로 주려 했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성폭력 조사 결과에 대한 발표를 제한하는 조건으로 거래가 오갔지만 내용이 유출되면서 성사되지 못했다”고 했다.
이처럼 공식 사과 이후에도 도밍고의 명예회복은 쉽지 않아 보인다. 이번에 결과가 나온 조사 외에도 LA오페라단이 벌이는 자체 조사가 남아있다. 특히 사과만 했을 뿐 수많은 공연 스케줄은 그대로 진행하고 있어 비난을 받고 있다.
도밍고는 스페인 태생으로 1960년대에 데뷔한 후 지금까지도 왕성한 활동을 하는 성악가다. 바리톤으로 데뷔했지만 테너로 바꿨고, 다시 바리톤으로 음역을 바꾸면서 150개 넘는 오페라 배역을 소화해온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테너로 활동하던 시절 루치아노 파바로티, 호세 카레라스와 함께 한 ‘쓰리 테너’로 전세계 대중에게 알려졌다. 오페라단 감독 뿐 아니라 지휘도 활발히 하고 있으며 “쉬면 녹슨다(If I rest, I rust)”는 좌우명도 유명하다. 한국에서는 1991년 첫 내한 이후 7번 공연했으며 2018년엔 공연 티켓 가격 최고가 경신(55만원)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