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꼴찌 출산율
무엇보다 출산율 하락 속도가 가파르다. 한국의 합계 출산율은 1971년 4.54명을 정점으로 1987년 1.53명까지 떨어졌다. 1990년대 초반에는 1.7명 수준으로 잠시 늘었지만 이후 다시 빠르게 줄기 시작해 2018년(0.98명) 처음 1명 아래로 떨어졌다.
보통 인구를 현상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합계 출산율은 2.1명이다. 하지만 한국은 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OECD 회원국 평균(1.65명)은커녕 초(超)저출산 기준(1.3명)에도 못 미치는 압도적인 꼴찌다. 마카오ㆍ싱가포르 등이 1명 미만을 기록하고 있지만, 이들은 한국과 동일 선상에서 비교가 힘든 도시 국가다. 김진 통계청 인구동향 과장은 “OECD 국가 중 (합계 출산율) 1.3명 미만을 경험한 국가는 한국·포르투갈·폴란드 정도”라고 설명했다.
예산 30조 넘겼지만 ‘역부족’
정부가 손 놓고 있는 건 아니다. 저출산 분야 예산은 매년 늘었다. 2018년 26조3189억원에서 지난해 32조3559억원으로 증가했다. 제1차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계획이 시작된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투입된 예산은 약 185조원이다. 올해는 37조6107억원 수준이다. 7세 미만 아동에게 월 10만원의 아동수당을 지급하고 어린이집 종일 보육을 지원하는 등 복지 정책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출산한 뒤 복지를 늘리는 방식으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 건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란 지적이 나온다. 출산 자체를 장려하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다.
베트남 정부의 인구 정책 자문가인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인력·자본 등 모든 자원이 서울에 집중되면서 청년들이 과도한 심리적·물리적 경쟁에 노출된 것이 저출산의 이유”라며 “정부가 지난 10년간 보육시설을 확충하는 등 100조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하고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건, 저출산이 단순히 복지가 부족해 나타난다는 인식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출산율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 지방의 도시개발, 인구이동 정책을 종합해 수도권 자원 집중과 경쟁을 완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성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저출산연구센터 부연구위원은 “정부가 저출산 대책으로 많은 예산을 쏟았다고 하지만 국내총생산(GDP) 대비 지출 규모를 고려하면 1% 남짓”이라며 "GDP의 3~4%를 인구대책으로 투자하는 유럽의 경우도 10~20년에 걸쳐 효과가 나타난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女 평균 출산연령 33세
빠르면 올해부터 전체 인구가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전체 출생아 수에서 사망자 수를 뺀 인구 자연증가 건수는 올해 처음 1만 명 밑으로 내려앉았다. 월별 자연인구 감소 현상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12월 인구는 전년동월보다 5628명(1.3%) 감소해, 처음으로 3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김진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연간) 인구 자연증가 건수가 8000명이라는 것은 거의 '0'에 가까운 숫자”라며 “이런 추세가 지속하면 2020년 자연감소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세종=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