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5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보수 야당의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며 한 말이다. 송 의원은 그러면서도 “많은 당원들이 지금 (민주당도) 비례 정당을 만들자는 얘기들이 봇물로 나오고 있다. 저도 (야당의) 반칙행위를 뻔히 보고도 당해야 되는 것인가 하는 고민이 있다”고 했다.
민주당이 ‘비례 정당 딜레마’에 빠졌다. 4·15 총선에서 미래통합당에 제1당을 빼앗길 수도 있다는 우려 속에 비례 위성정당 맞창당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현실론이 커지면서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16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비례 정당에 대해 “위성정당이 아닌 위장정당”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미래통합당의 비례 정당 창당에 대한 비판이었지만, 동시에 민주당의 비례 정당 창당 가능성을 스스로 봉쇄한 발언이 됐다.
청년 조직 활용한 '비례정당' 창당 논의
청년민주당 창당의 구체적인 청사진이 제시되기도 한다. 고한석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지난 24일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민주당이 비례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는 경우 전체 의석수에서는 원내 1당을 한국당(미래통합당)에 내주는 것은 필연적이다”며 비례 정당 창당 필요성을 강조했다.
고 전 부원장은 이같은 방안의 장점으로 “(청년민주당은) 민주당의 차세대 정치인을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양성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개인 차원의 의견 개진일 뿐 당에선 논의된 바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그 내용에 대해선 “현실성 있는 여러 방안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민주당 내 비례 정당 창당 요구가 특히 강성 친문(친문재인) 그룹에서 분출된 점을 들어 청와대 의중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비례 정당 창당론은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의 지난 21일 발언(“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판단해야 한다”)으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민주당 출신 손혜원 무소속 의원도 지난 23일 페이스북에서 비례 정당 창당을 요구하는 메시지를 존경하는 선배에게서 받았다며 “정치하고 패싸움에선 무조건 이기고 봐야 한다”는 메시지를 공개했다.
이와 관련, 이준석 미래통합당 최고위원은 25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건영 전 실장이 관련 발언을 했다는 건 대통령 의중과 맞닿아 있는 것으로 많은 사람들이 본다”며 “더불어민주당이 ‘비례 민주당’ 창당에 굉장히 적극성을 갖고 논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