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작 ‘중국인 입국을 금지하라’는 대한의사협회의 권고는 여섯 차례나 무시하면서 자국민을 ‘최대 봉쇄’하겠다는 발상은 정부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하는 심각한 의문을 갖게 한다. 뒤늦게 대구를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지역적인 봉쇄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고 해명했지만 시민들의 마음엔 이미 큰 상처를 남긴 뒤였다.
미국 여행경보 최고등급은 한국과 중국뿐
‘중국 감싸기’가 남긴 것은 ‘코리아 포비아’
중국 다음으로 사망자가 많이 나온 이란이나 유럽에서 확진자가 가장 많은 이탈리아의 공통점은 한국처럼 중국인 입국을 금지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수백 명의 확진자를 낸 일본의 크루즈선도 발단은 80세 홍콩 남성이었다. 반면에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지만 초기에 출입을 차단한 러시아, 북한, 몽골, 베트남 등은 위기를 비켜 가고 있다. ‘중국인 입국 금지’가 사태를 키운 주원인인데도 이를 아니라고 우기는 것은 자신의 실수를 덮기 위한 변명일 뿐이다.
정부의 끊임없는 ‘중국 감싸기’가 남긴 것은 결국 ‘코리아 포비아’다. 25일 기준 24개국이 한국 방문자의 입국을 금지하거나 제한하고 있다. 모리셔스로 신혼여행을 떠난 부부는 외딴 곳에 격리된 채 두려움에 떨었고, 업무 또는 관광차 이스라엘을 방문한 이들은 비행기에서 내려보지도 못하고 돌아왔다. 심지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24일(현지시간) 한국에 대한 여행경보를 최고 등급인 3단계로 격상했다. 3단계는 중국과 한국 두 나라뿐이다. 이란·이탈리아는 1단계다.
이제는 중국이 한국인 입국을 제한하려는 기막힌 현실에 직면했다. 중국 언론들로부터 ‘대응이 늦다’거나 ‘중국처럼 대규모 자원 동원이 힘들 것’ 같은 지적도 받는다. 시민들은 갖은 모욕과 수난, 불안과 공포 속에서도 간신히 마음을 다잡고 이겨내려 하는 와중에 정부 여당은 ‘봉쇄’ 같은 표현으로 이미 찢어진 국민의 상처를 더욱 후비고 있다. 매일이 지옥같을 대구·경북 시민의 아픔을 진심으로 공감했다면 이런 표현은 쓰지 못했을 것이다. 오늘도 시민들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라며 깊은 탄식을 내뱉는다. 정부가 또 어떤 새로운 경험을 겪게 할지 걱정이 가시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