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 둘. “5·18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윤 총장이 20일 방문한 광주고검·지검은 들썩였다. 보수단체와 진보단체가 반으로 나뉘어 도로를 메웠다. 5·18 유가족 모임인 ‘오월어머니들’도 이곳을 찾았다. 이들은 “검찰총장이 못 하면 누가 하겠냐”며 “전두환을 처벌해 달라”고 울부짖었다. 심지어 "윤 총장 한 마디면 한이 풀릴 것 같다”던 이도 있었다. 윤 총장의 방문은 사실 특별한 건 아니었다. 검찰총장은 관례에 따라 지방 고검을 돌며 지도 방문을 해왔다. 통상적인 행보에 이렇게나 많은 시민이 관심을 보인 건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은 분명 최근 가장 ‘핫’한 인물이다. 여당 대표까지 지낸 추 장관은 취임 이후 ‘인사 대학살’과 ‘검찰 내 수사·기소 분리’ 등으로 연일 이슈를 만들어 내고 있다. 윤 총장의 측근은 “정치에 관심 없다”고 하지만 대중은 이미 그를 차기 대선 주자로 바라보는 듯하다. 최근 한 설문조사에서 윤 총장은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언론은 이들의 입을 바라보는 게 일상이 됐다. 윤 총장이 비공개로 검사들에게 한 말도 기삿거리고, 추 장관이 소년원을 찾아 세뱃돈을 준 것도 기사화된다. 이를 두고 기자들 사이에서는 “정치인들 입만 바라보는 여의도와 무엇이 다르냐”는 볼멘소리가 흘러나온다.
검찰 개혁을 두고 양측이 힘겨루기하는 사이 시민들이 얻는 것은 무엇일까. 수사 속도가 빨라진다거나 사건 피해자들의 피해 복구가 원활하게 이루어진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것은 갈비인가 통닭인가’ 헷갈리게 하는 왕갈비통닭을 먹으며 소비자는 갈비와 치킨을 동시에 먹는 듯한 이득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여의도인가 서초동인가 헷갈리는 사이 피해자들이 얻는 건 딱히 없을 듯하다. 부디 정치는 여의도에서, 서초동은 서초동답게.
이가영 사회1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