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직접 신천지를 거론한 점도 부적절했다. 세월호 사태 때 정부에 쏠리는 비난의 화살을 구원파로 돌린 것과 뭐가 다른가. 근본 책임은 중국인을 입국 금지하지 않은 정부에 있다. 신천지의 폐쇄적인 문화도 짚어봐야 하지만, 본말전도여선 안 된다.
문 대통령 비판했던 메르스보다 확진자 많아
국민 보호 위해 몸 던지는 지도자 보고싶어
대통령 스스로 “머지않아 종식될 것”(13일)과 같은 오판을 인정하고 바로잡는 일 또한 필요하다. 2015년 6월 당시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메르스의 수퍼 전파자는 정부다. 정부의 불통과 무능·무책임이 국민의 생명을 위태롭게 한다”고 했다. 메르스 확진자(186명) 수를 훨씬 뛰어넘은 지금 대통령은 과거 비판을 자신에게도 적용해야 하지 않을까.
22일 마감된 ‘중국인 입국금지’ 국민청원도 눈여겨 봐야 한다. 서명에 76만 명이나 참여한 이유는 일찌감치 국경을 폐쇄한 북한·러시아와 달리 후베이성 외엔 입국금지조차 하지 않은 정부의 대응이 납득되지 않아서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합리적인 이유를 설명하고 국민을 설득하기는커녕 대구·경북에서 확진자가 쏟아진 20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중국의 어려움이 우리의 어려움”이라고 말했다. 초기 ‘우한 폐렴’이란 표현을 쓰지 말라던 정부가 공식 자료에서 ‘대구 코로나19’라고 명시한 것도 이 같은 대통령의 공감 능력 결여와 무관하지 않다.
시 주석은 현장에 가지 않는다는 자국민의 원성에 등 떠밀려 우한도 아닌 베이징의 한 병원을 겨우 찾았다. 그의 리더십에 실망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대구·경북에는 주말 내내 문 대통령도, 정세균 총리도 보이지 않았다. 지도자가 현장을 가는 것이 쇼처럼 보일 수 있지만 절망과 공포에 빠진 국민에겐 용기와 희망을 주는 일이기도 하다. 위기일수록 국민은 결연하고 몸을 던지는 지도자를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