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돼지열병(ASF) 막으려다 주민 생계 꽉 막혔다. 대책 없는 안보관광 중단 즉각 재개하라.”
민통선(민간인 출입통제선) 관광에 의지해 생계를 유지하는 경기도 파주시 민통선 내 주민들의 하소연이다. ASF 확산 방지를 위해 경기도 파주시, 연천군의 안보관광이 중단된 지 5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지난해 10월 2일 안보 관광이 중단된 지 18일로 140일째다. 생계난에 처한 민통선 주민들이 두 차례 시위를 벌이며 관광 재개를 촉구하는 가운데 다양한 방역 대책이 추진되고 있지만, 민통선 관광 재개 시기는 미정이다.
파주시 “추가 울타리 설치 완료”
정부 “감염 가능성 없어야 가능”
이완배 파주 통일촌 이장은 “정부는 아무런 대책 없이 5개월째 안보관광을 중단하고 관광통제만 하고 있어 주민들이 심각하게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다”며 “정부는 민통선 지역을 특별재난구역으로 선포하고 피해주민에게 마땅한 보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환경부 장관은 사람이 야생 멧돼지 접촉으로 ASF에 감염된 사실이 있는지 철저히 밝히라”고 요구했다.
파주 민통선 주민들 “특별재난구역 선포해야”
조봉연 파주 해마루촌 농촌체험마을 추진위원장은 “DMZ 관광, 시티투어, 임진강 생태탐방 등의 안보관광이 5개월째 중단되는 바람에 관광객을 통해 생계를 이어가는 민통선 주민들이 심각한 생계난에 처해 거리로 나앉게 생겼다”며 “관광객이 논밭에는 들어가지 않은 민통선 관광을 무조건 막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정부 “감염 가능성이 없어야” vs 파주시 “추가 울타리 설치”
파주시는 방역 강화대책으로 제3땅굴 등 7곳에 야자 매트형 발판 소독시설을, 영농인과 관광객 접촉이 예상되는 지점 5곳에 대인 소독기를 각각 설치했다. 또 관광 차량 소독을 위해 통일대교 입구에 U자형 소독시설을 갖추고 소독 여부를 상시 감독하기 위한 통제초소도 마련해 둔 상태라고 설명했다.
파주에서는 지난해 9월 17일 연다산동에서 국내 처음 ASF가 발병한 뒤 지난해 문산읍까지 5곳의 양돈농장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말 ASF 차단 방역을 위해 파주지역 111개 농가의 돼지 11만538마리를 전량 수매하거나 살처분 처리해 없애는 특단의 조치를 했다.
두루미 월동지 사상 처음 겨우 내 관광 중단
연천 민통선 내인 남방한계선 철책 부근 태풍전망대는 휴전선 남측 11개 전망대 가운데 북한과 가장 가까이 있다. 북한 최전방 지역을 망원경으로 조망할 수 있다. 중부전선의 가장 인기 있는 안보 관광지다. 인근에 임진강 빙애여울 두루미 월동지를 조망할 수 있는 임진강평화습지원도 있다.
이석우 공동대표는 “현재 연천 민통선 지역에서는 방역 활동이 철저히 이뤄지고 있는 데다 도로변의 제한된 장소에서만 이뤄지는 민통선 관광으로 인한 ASF 확산 가능성은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지역 관광 및 경제 활성화를 위해 민통선 생태·안보 관광이 즉각 재개돼야 한다”고 말했다.
연천에서는 지난해 9월 18일 백학면에 이어 지난해 10월 10일 신서면 등 2개 양돈농장에서 ASF 확진 판정을 받았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신서면에서 또다시 ASF가 발생하자 74개 모든 양돈농가의 총 19만7000마리 돼지를 모두 살처분하거나 수매해 없앴다.
파주·연천=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