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회의 모두발언에서 코로나19 추가 확진자에 대한 의료진의 신속한 조치를 평가하고 “시스템 공천을 통해 현역 의원 20%가 교체될 것이고 이런 게 진짜 혁신공천”이라며 자당의 공천 시스템을 선전했을 뿐 임 교수에 대한 언급은 한 마디도 없었다. 여론 악화로 임 교수 고소를 취하한 14일부터 나흘째 침묵이다.
대신 이인영 원내대표는 “최근 우리 당이 더 겸손한 모습으로 국민 말에 귀기울여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더 귀기울여 듣겠다”고 에둘러 말했다. 유일하게 이번 일을 직접 언급한 남인순 최고위원은 “임미리 교수 사태가 마음을 무겁게 한다. 민주당이 더 잘하겠다”고 했다.
다만,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이번 논란과 관련해 사과 의사를 밝혔다. 종로에 출마한 이 전 총리는 서울 종로구 부암동에서 기자들과 만나 “겸손함을 잃었거나 또는 겸손하지 않게 보인 것들에 대해 국민들께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저부터 더 스스로 경계하고 주의할 것”이라며 “당도 그렇게 해주기를 기대한다. 공동 상임선대위원장에 내정된 사람으로서…(사과한 것)”라고 했다.
그럼에도 민주당 지도부가 공식 사과 대신 두루뭉술하게 지나가려는 듯한 태도에 당 안팎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민주당은 열성 지지층이 “민주당 대신 나서겠다”며 임 교수를 고발하는 움직임에도 제지 대신 ‘불관여’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민주당 한 의원은 “총선을 앞두고 집토끼(적극 지지층)만 보고 가겠다는 것 아니냐”며 “여론조사에 민주당 지지율이 40% 안팎으로 꾸준히 나오니까 여기에 취한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된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 조사(YTN 의뢰로 10~14일 실시)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지난주보다 0.3%포인트 떨어진 39.9%를 기록했다. 자유한국당은 1.8%포인트 오른 32.0%였다. 민주당 지지율이 다소 견고한 횡보세를 유지하고는 있지만 두 당의 격차는 갈수록 좁혀지는 흐름이다(※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민주당 한 당직자는 “부산ㆍ경남(PK)은 물론 충청권 공기가 안 좋고 무엇보다 중도 무당층이 등을 돌리는 흐름이 심상치 않다”고 우려했다.
정의당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나왔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이날 당 상무위원회의에서 “민주당에게 한 말씀 드리겠다”며 “핵심은 반대의사를 표명할 자유인데 민주당이 그 반대할 자유에 대한 편협성을 여지 없이 드러냈다”고 주장했다. 박지원 대안신당 의원도 오전 라디오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공당으로서 (임 교수에게) 미안하다고, 이 정도로 깨끗하게 해줬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다만 “임 교수가 민주당에 사과해라 요구하는 것도 좀 과유불급 아니냐”고 했다.
김형구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