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위협 능력에 대한 미 당국의 평가는 최근 부쩍 수위가 높아졌다. 테런스 오쇼너시 미국 북부사령관 겸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관은 13일(현지시간) 상원 군사위원회에 제출한 서면 답변서에서 “북한이 지난해 12월 두 차례 진행한 엔진 관련 시험은 미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준비를 시사한다”고 밝혔다.
오쇼너시 사령관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12월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곧 새로운 전략무기를 공개할 것이라고 주장한 점을 거론하며 “북한이 2017년 11월 마지막 ICBM 시험 발사에 이어 전략무기 프로그램 연구개발을 끝냈다”고도 말했다. 군 당국자는 “미국이 북한의 ICBM 도발 가능성을 여느 때보다 높게 보고 긴장의 끈을 바짝 죄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미 해군은 이번 시험이 정례적인 성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미국이 최근 트라이던트2에 저위력 핵탄두 W76-2를 장착했다는 사실을 인정해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W76-2는 W76보다 폭발력은 떨어지지만 보다 정밀한 타격이 가능하다고 한다. 북한 갱도나 이동식발사차량(TEL) 등에 대한 직접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미국은 지난해 9월 북한의 미사일 발사 국면이 한창이던 시기에도 트라이던트2를 쏘아올린 바 있다.
군 안팎에선 미국이 북한 도발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면서 본격적인 위기 관리에 들어갔다는 얘기가 나온다.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 여지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판단되면 오는 3월 상반기 한미연합연습을 빌미로 ICBM 도발 카드 꺼내들 수 있기 때문이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 교수는 “대선을 앞둔 트럼프 행정부 입장에선 ICBM과 핵 실험으로 대표되는 북한의 ‘레드라인’ 도발을 억제할 필요성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