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T-7은 T-50의 발목을 한 차례 잡은 적이 있다. 2018년 9월 APT 교체사업에서 KAI-미국 록히드마틴 컨소시엄은 보잉-사브 컨소시엄에 밀려 수주에 실패했다. APT 사업을 염두에 두고 2000년대 초반부터 T-50 개발에 나선 KAI로선 뼈아픈 결과였다. 그동안 미국 수주전을 대비해 아시아 등에서 실력을 쌓아온 터라 충격은 상당했다.
T-50은 2011년 인도네시아 16대 계약을 시작으로 이라크 24대, 필리핀 12대, 태국 12대 등 총 64대를 수주했다. 모두 29억 3000만 달러(약 3조 3000억 원)에 달하는 규모다. 하지만 이를 모두 합쳐도 APT 사업 규모(351대)에 한참 못 미친다. 현재 운용돼 안정성이 검증된 T-50이 아직 개발 중인 T-7에 밀렸다는 사실도 향후 수주전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소다.
T-50과 T-7의 희비를 엇갈리게 한 건 가격 경쟁력이 우선 꼽힌다. T-50의 대당 가격은 2000만~2500만 달러(230억~300억 원)라고 한다. T-7의 대당 가격은 공개된 바 없지만 대규모 생산을 전제로 최대 T-50의 60% 수준까지 가격을 떨어뜨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총 351대의 고등훈련기와 46대의 시뮬레이터가 걸린 미 공군 APT 수주전에서 KAI는 163억 달러(약 18조)를 사업 예정가로 예상했지만, 보잉은 92억 달러(약 10조 2000억 원)를 써냈다.
T-7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던 건 기체 제작에 3D 프린팅 기술 비중을 늘린 데다 기존 활용되는 부품을 최대한 활용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T-7의 생산라인이 본격적으로 가동하면 규모의 경제를 통한 비용 절감이 더욱 용이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가격을 제외한 나머지 제원에선 T-50이 뒤처지지 않는다. T-50의 최대속도는 마하 1.5으로 마하 1.04인 T-7보다 오히려 앞선다. 최대 이륙 중량도 T-50은 12.3t으로 T-7의 5.5t을 웃돈다. 하지만 이들 기체가 어디까지나 훈련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제원 차이는 큰 의미가 없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방산업계에선 KAI가 T-50의 파생형 기종 FA-50 등으로 수출 활로를 모색할 것으로 보고 있다. T-50은 고등훈련뿐만 아니라 공대공 미사일(AIM-9), 공대지 미사일(AGM-65), 유도폭탄 등을 장착할 수 있어 실제 경공격기 임무로도 활용될 수 있다. T-50 기반의 경공격기 FA-50은 이미 2013년 실전 배치됐다. 업계 관계자는 “고등훈련기와 경공격기를 완전히 분리해 운용하기 어려운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T-50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존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