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이란…괜한 걱정거리 ‘뚝’, 감당할 만큼만 ‘딱’

중앙일보

입력 2020.02.1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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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이태호의 직장 우물 벗어나기(12)

 
밤잠을 설치는 대표의 흔한 일상
 

스타트업의 여건과 현실에서는 이런 리스크를 완벽히 대비할 수가 없다 .아무리 튼튼하게 내실을 다져놔도 어떤 고난과 역경이 예기치 못하게 들이닥칠지 모르기 때문이다. [사진 Pixabay]

 
“어쩌지, 어떡하지?”라는 말을 요즘 가장 입에 많이 달고 산다. 창업을 시작하고 나서, 혼자 구시렁구시렁 생각에 잠길 일이 너무나도 많다. 항상 다가올지 안 올지도 모를 리스크에 대한 생각이다. 결국은 대다수가 일어나지 않기에 시간 낭비가 된다. 사서 고생이다. 그렇다고 또 그 예상되는 리스크에 완벽한 대비책을 만들어 놓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냥 걱정만 하다가 끝난다. 경제학 논리로 본다면 정말 효율성 빵인 행동이다.
 
사실 스타트업의 여건과 현실에서는 이런 리스크를 완벽히 대비할 수가 없다. 그렇기에 불안한 마음으로 밤잠을 설치는 게 스타트업 대표의 그리 특별하지 않은 일인 이유이다. 초가집을 지어놓고 태풍을 걱정하는 아이러니한 일상의 반복이다. 물론, 아무리 튼튼하게 내실을 다져놓아도 어떤 고난과 역경이 예기치 못하게 나에게 들이닥칠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것이 사업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렇기에 난 동아리 수준으로 보일지도 모르는 매우 가벼운 조직, 내가 책임질 수 있는 수준으로만 유지하려 한다. 내일이라도 두 손, 두 팔 벌려 항복을 외쳐도 크게 이상하지 않을 조직을 만들어왔고 이끌어오고 있다. 내가 성공했을 때 많은 사람이 행복해지면 좋겠지만, 반대로 내가 실패했을 때 많은 사람이 불행하지도 않으면 좋기 때문이다.


성공의 확률은 높이되, 실패할 확률도 까먹지 않으려 한다. 그래서 나는 조직의 외형적 성장에만 매진하지 않으려 한다. 내가 딱 감당할 수 있을 만큼으로 인풋을 들여 최대치의 아웃풋을 내보고 싶다. 물론 사업을 하다 보면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가 점점 넓어진다.
 

내가 성공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졌으면 좋겠지만, 반대로 실패했을 때 불행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게 회사의 외형적 성장보다 책임질 수 있는 수준으로 유지하려 하는 이유이다. [사진 Pixabay]

 
나의 사업비전을 믿고 따라와 준 동료들과 끊임없이 이런 부분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다. 지금 제일 중요한 건 우린 아직 젊다는 것이고, 그렇기에 최대한 지금 상황을 즐기려 한다. 즐거운 마음마저 없다면, 밤잠을 설치는 일상이 상당히 괴로워 오래 이 사업을 지속할 수 없을 것 같다.
 
나는 오래가는 회사가 무조건 좋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는 동안 만큼은 이 업종에서 인정받는 임팩트 있는 회사가 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믿는다. 사람 일은 모르는 것 아닌가. 하는 동안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하는 이유이다. 거창한 포부, 그럴듯한 허황한 이야기로 나의 사업을 포장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다. 우린 행복하기 위해 이 일을 하고 있고, 업에서 인정받기 위해 열심히 달리고 있다. 그러면 됐지, 무슨 엄청난 의미가 있겠는가.
 
막상 해보면 엄청난 건 없다. 자장면 집은 자장면을 가장 맛있게 만드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다가오지도 않을 걱정거리를 늘어놓으며 푸념은 이제 그만하고, 그럴 시간에 본업에 대해 조금 더 세밀하게 챙겨야겠다.
 
올댓메이커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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