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양산을 김태호에 제의해놓고…당이 날 바보취급”

중앙일보

입력 2020.02.12 09:32

수정 2020.02.12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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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오 자유한국당 공천관리위원장이 9일 경남 밀양시 홍준표 전 대표 선거 사무실을 찾아 홍 전 대표 지지자에게 인사말을 하는 동안 홍 전 대표가 경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당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자 공천관리위원회로부터 “고향 출마를 포기하라”고 요구받은 홍준표 전 대표가 경남 양산을에 출마하겠다고 역제안했다. 하지만 당이 김태호 전 경남지사에게 양산을을 제안한 사실이 알려져 홍 전 대표의 출마지역을 둘러싼 홍 전 대표와 당 공천관리위원회와 팽팽한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다.
 
홍 전 대표는 지난 11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에 “내가 이 당에서 25년 헌신하고도 이정도 위치인지 오늘 처음 알았다”고 적었다. 그가 이렇게 억울해하는 것은 ‘경남 양산을’ 출마를 놓고 벌어진 최근 일 때문이다.
 
당의 거듭된 험지 출마 요구에도 정치인생 마지막을 고향(경남 밀양·창녕·함안·의령)에서 장식하겠다고 버텼던 그는 이날 오후 “그렇다면 여권이 심혈을 쏟고 있는 경남 양산을에 나서 김두관 의원과 붙어 보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이후 당 공관위가 이미 김태호 전 경남지사에게 ‘양산을 출마’를 제의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그러자 홍 전 대표는 “당이 김태호 전 의원에게 이미 양산을 제의한 것도 제가 양산을 제안 한 후 오후에 뉴스보고 처음 알았다”며 허탈해했다.


그는“당의 총선전략을 한번도 들은 바 없고 내용을 알지도 못했다”며 “그래도 나는 이 당을 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유한국당은 12일 홍 전 대표와 김 전 지사의 출마 지역을 결정한다. 홍 전 대표가 서울 험지를 거부하고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의원이 출사표를 던진 ‘경남 양산’ 출마를 원하면서 고민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한국당은 홍 전 대표에게 서울 험지 출마를 지속해서 요청해왔다. 9일에는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이 홍 전 대표가 있는 경남 밀양에 찾아가 서울 험지 출마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김 위원장은 ‘공천 배제’ 카드까지 꺼내며 압박했다.
 
하지만 홍 전 대표는 역제안을 내놓았다. 그간 고수해 온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외에 ‘친노 핵심’인 김두관 민주당 의원이 출사표를 던진 양산을이라면 옮길 의사가 있다고 밝힌 것. 경남에도 험지가 많다면서 그곳에서 싸우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홍 전 대표는 “문재인 성지에 수비대장 하려고 내려온 두관이(김두관 의원)하고 당에서 ‘양산대전’ 만들어주면 검토해볼 용의 있다, 그 이야기를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김 위원장은 일단 “할 말이 없다”고 답했다.
 
한국당 공관위는 오늘 두 사람의 출마 지역을 최종적으로 결정할 예정이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