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환경부로부터 입수한 ‘미세먼지 마스크 건강피해 저감효과 분석 및 향후 추진방안 마련’ 보고서에 따르면, 성균관대 연구팀은 성인과 어린이 등을 대상으로 마스크 착용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실험했다.
현재 국내에는 KF80, KF94 등 미세먼지 차단율이 높은 마스크가 판매되고 있다. 하지만 현행 마스크 허가기준에는 연령별 폐활량 등이 고려되지 않고 있다. 또 영유아가 견딜 수 있는 흡기저항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 역시 마련돼 있지 않다.
숨을 쉴 때 마스크가 외부로부터 공기를 폐 속으로 빨아들이고 폐로부터 공기를 밖으로 내보내는 과정을 방해해 호흡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뜻이다. 분당환기량 감소가 수면장애, 두통, 졸림 현상 등 건강 영향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김영민 성균관대 의과대학 연구교수는 “이 정도의 분당환기량 감소는 건강한 어린이의 호흡에는 크게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다”라면서도 “천식 환아 등 호흡 기능이 떨어져 있는 어린이는 호흡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마스크를 쓰고 외출하는 것보다는 실내에 머무는 게 좋다”고 말했다.
폐활량의 경우 마스크 착용 여부에 따라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미세먼지 심할 때 마스크 쓰면 좋을까?
성인을 대상으로 한 번은 KF80 마스크를 착용하고 길을 걷고, 다른 한 번은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로 걸으면서 건강지표의 변화를 관찰했다.
그 결과 심박변이도에서 일부 긍정적인 변화가 관찰됐지만, 통계적으로 유의한 정도는 아니라고 연구진을 설명했다. 심박변이도는 심장박동이 빨라지거나 느려지는 변화 정도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건강할수록 심박변이도 변화폭도 크다.
김 교수는 “마스크를 쓰는 게 건강에 이로운가를 증명하고 싶었는데 실험 당시 미세먼지 농도가 평균 48㎍/㎥ 정도로 아주 높지는 않은 수준이어서 마스크가 단기적으로 유의하게 좋다는 결과를 얻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추가 연구 통해 마스크 착용 기준 마련”
국가기후환경회의는 최근 노인, 임산부, 기저질환자 등 취약계층의 경우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나쁨’(36~75㎍/㎥) 이상이면 보건용 마스크를 착용하는 게 좋지만, 일반인과 어린이는 50㎍/㎥까지는 마스크 없이 일상생활을 해도 무방하다고 권고했다. 하지만 미세먼지 농도가 얼마나 높아야 마스크를 쓰는 게 좋은지에 대한 과학적 근거는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환경부가 이번 연구를 진행한 것도 마스크 착용에 대한 정확한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서였지만 확실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국민한테 마스크 착용에 대한 좀 더 정확한 정보를 주고자 했지만, 데이터 부족 등의 이유로 연구 결과가 불충분했다”며 “인원을 늘리고 좀 더 고농도 상황에서 추가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